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의 시작은 있지만 사실상 끝은 없다는 게 기업 ERP 담당자들의 전언이다.
싱글인스턴스 시스템은 중앙 집중화된 환경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안정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자칫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 어느 한 사업장, 지역뿐 아니라 글로벌 서비스 전체가 중단되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수천억을 들여 완성한 시스템을 100% 활용하기 위한 고도화 작업도 요구된다.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를 확보했지만 이를 필요한 때에 재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커지거나 작아지는 비즈니스 규모에 맞춰 시스템을 수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김상길 언스트앤영 어드바이저리 파트너는 “통상적으로 글로벌 ERP 작업을 마치는 데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이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의 비즈니스 규모와 환경도 변하기 마련”이라며 “사람으로 치면 3년 후에 입을 옷을 미리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당연히 시스템 완성 후에도 지속적인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LG전자 역시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과 고도화에 맞춰 사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정성 확보=LG전자의 글로벌 ERP 시스템은 서울 소재 LG CNS 데이터센터에 설치됐다. 92개 법인의 모든 ERP 관련 데이터는 이곳으로 모여 처리된 후 다시 흩어진다. 글로벌 ERP시스템의 ‘심장’인 셈이다.
LG전자는 원격지에 재해복구(DR)센터를 두지 않고 로컬 사이트에 DR시스템을 구성해 예상치 못한 사고에도 대비하고 있다. 로컬 사이트에 동기 방식으로 데이터를 백업하고, 모든 시스템을 이중화해 로컬 DR 환경을 구축했다. LG전자는 이들 DR용 시스템을 ‘9.11 시스템’으로 부른다.
원격지 DR센터에 대해서는 올해 구체적인 구현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초 LG전자는 장애 발생시 실질적으로 원격지 DR센터를 활성화해 서비스를 이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로컬 DR 환경을 마련했다. 자칫 의미없는 투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LG전자는 원격지 DR센터를 구축하되 실제 장애발생시 신속하게 서비스 이전이 가능한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장애 대응과 함께 장애 차단에도 많은 주의을 기울였다. LG전자는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베이스, 하드웨어 등에 관해 1500여개 관리항목을 정해 모니터링한다. 이들 항목 중 단 한 개라도 임계치에 도달하면 담당자에게 통지돼 사전 조치가 취해진다.
◇고도화 추진=LG전자는 글로벌 ERP 사업 완료 이후 ‘글로벌 톱 수준의 오퍼레이션 시스템(Operation System) 유지’를 목표과제로 삼았다. 지속적인 기능 추가와 프로세스 개선으로 사용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각 법인별로 사용자 만족도 조사와 법인 순회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요구사항을 수렴할 예정이다. 사용자 업무 패턴 분석과 구간별 모니터링을 통해 프로그램 응답속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환경을 마련한다.
이들을 토대로 이미 일부 프로세스 개선 작업은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시스템 확산 과정에서 △관세 환급·정산 시스템 구축 지원 △중국 가전판매 협력사 수닝(Sunning)과 상호공급계획예측프로그램(CPFR) 확대 △RFID를 활용한 조달·물류 프로세스 통합 등을 추가하거나 보완할 계획이다.
글로벌 경영 가시성 확대 차원에서는 법인간 매출·매입 정보 연계를 확대하고 전사재경정보를 EDW에 포함하는 기능 등을 강화할 예정이다.
글로벌 ERP 구축사업이 완료됨에 따라 ERP사업 조직도 개편된다. LG전자는 독립조직으로 운영되던 ERP추진실을 지난달 정보전략팀 산하 ERP지원실로 전환했다.
참여인력도 시스템 안정화 추이에 맞춰 줄여나갈 방침이다. 한때 100명에 가까웠던 LG전자 소속 ERP 사업 추진인력은 1월 현재 49명으로 감소했다.
LG전자는 ERP지원실 인력을 최소화한 가운데 서비스 안정화와 고도화를 꾀할 수 있는 조직 구성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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