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심층분석 LG전자 GERP]신 글로벌 경영 기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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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가 올 초 세계 92개 법인을 연계하는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사업을 완료, 신(新) 글로벌 경영 기반을 확립했다. 지난 2006년 1월 ERP추진실을 신설하며 본격적인 구축 사업에 나선 지 5년만이다.

 LG전자는 글로벌 ERP 완성으로 본사와 해외 법인의 재무흐름과 자원현황을 하나의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현했다. LG전자는 이에 힘입어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속도경영 기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초 글로벌 ERP 사업을 마친 삼성전자와 더불어 현재 동일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국내 제조기업 사이에 1순위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힌다. 수천억원의 예산과 10여개 협력사에서 연인원 1만3800여명을 투입해 완성한 LG전자 글로벌 ERP 시스템의 구축 과정과 향후 발전방향을 짚어본다.

 

 ◇글로벌 ERP의 시작은 프로세스혁신(PI)=LG전자가 사내에 ERP추진실을 공식적으로 구성한 것은 2006년 1월이지만 실질적인 준비는 그보다 오래전인 2004년부터 시작됐다.

 시스템 개발·구축에 앞서 충분한 사전 정지작업을 거친 것이다. 일부 기업이 ERP사업을 정보기술(IT) 시스템 위주로 시작하다가 낭패를 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LG전자는 각 법인은 물론이고 제품사업부별로도 ERP시스템을 분리 운영해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 통합 관리가 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여기저기에서 비효율성이 지적됐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2004년 1월부터 사전 PI(Initial PI) 사업에 착수했다. 글로벌 회계계정과목(COA:Chart of account)을 적용하고 판매프로그램과 자재 출고 방식 등을 통일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현재의 싱글인스턴스 기반 ERP 사업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졌다.

 LG전자는 사전 PI를 마치고 2005년 10월부터 본격적인 PI사업을 진행했다. 당시 재경부문장이었던 권영수 현 LG디스플레이 대표의 주도 아래 각 현업사업부 임원들에게 PI 사업에 대한 책임이 주어졌다. MPRB(Mega Process Review Board), CPRB(Corporate Process Review Board) 등의 PI협의체가 운영됐다.

 LG전자는 1년 넘게 이어진 PI사업을 통해 1200~1400개에 달하던 복잡한 프로세스를 700여개, 400여개로 줄여나갔다. 비즈니스 용어와 데이터 아키텍처 표준화도 수행했다. 그 사이 2006년 1월 현업과 IT인력 60여명으로 구성된 ERP추진실도 발족했다.

 ◇구축 대장정 돌입=PI사업을 마친 LG전자는 2006년 8월 실제 ERP 시스템 구현을 위한 설계·개발 작업에 들어갔다.

 사업자도 속속 선정됐다. 시스템 개발·구축은 LG CNS가 주관하는 가운데 ERP 패키지 솔루션은 오라클, 서버는 IBM, 스토리지는 EMC 제품이 각각 선택됐다.

 시스템 개발이 본격화되자 인력 규모도 늘어났다. 문래동 LG강서빌딩 소재 ERP추진실에 상주하는 인력만 외부 협력사 직원을 포함해 400명을 넘어섰다. LG CNS를 비롯해 인밸류비즈, 디지털플러스 브레인넷, 두잇 등 10여개 업체가 사업에 참여했다.

 ERP 시스템은 생산·영업·재경·서비스 등 크게 4개 비즈니스 영역으로 나눠 개발됐다. 글로벌 표준 프로세스를 전 법인으로 확산하고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따른 신규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방대한 사업 규모에서 엿볼 수 있듯이 개발 과정도 단순하지 않았다. 기존 ERP 솔루션에 더해 별도로 개발한 프로그램만 5000개를 넘었다. 전사데이터웨어하우스(EDW)를 위해 작성한 비정형 리포트는 1만7000여개에 달했다.

 ERP 솔루션 공급자인 오라클과도 협의를 강화했다. LG전자는 미국 오라클 본사 임원들과 총 21차례 운영위원회를 열어 상호 요구사항을 수렴하고 개선책을 찾아나갔다.

 이듬해인 2007년 4월부터는 시스템 개발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테스트 작업이 시작됐다. 다섯 차례에 걸친 통합테스트를 통해 보완점을 찾아 수정하는 작업이 반복됐다.

 LG전자는 시스템 품질, 유관시스템, 데이터 클린징(Data Cleansing), 사용자 교육 등 4가지 관점에서 실제 시스템 가동을 위한 마지막 점검 작업을 실시했다. 장애와 오류를 막기 위해 총 4700여개에 이르는 점검항목을 정하고 확인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했다.

 ◇글로벌 ERP 확산 본격화=LG전자는 2008년 1월 한국 본사와 호주 법인을 시작으로 첫 글로벌 ERP 시스템을 가동했다. LG전자는 첫 시스템에 대한 3개월간의 안정화 기간을 거친 후 본격적인 확산(Roll-Out) 사업을 시작했다.

 확산 사업은 주요 거점별로 6개월 단위로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LG전자 본사 직원이 각 해외거점에 파견돼 현지 인력과 함께 ERP 통합 작업을 펼치고, 해당 지역 시스템이 오픈되면 다시 다른 거점으로 옮겨가 가동 준비를 하는 식이었다.

 자연스레 LG전자 ERP추진실의 일부 인력은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했다.

 거점별로 추가 가동이 이어지면서 일부 시스템 수정작업도 함께 이뤄졌다. LG전자는 시스템 가동 후 갭(Gap) 분석을 통해 각 법인별 요구사항을 추가로 적용하거나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LG전자는 시스템 안정화와 함께 변화 및 품질 관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용자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교육을 강화하고 각 사업장별 적용사례를 공유했다.

 품질관리를 위한 테스트 작업도 수시로 실시했다. 6단계 단위 테스트와 2단계 통합 테스트를 통해 ERP 서비스 품질을 확인하는 작업이 계속됐다.

 LG전자는 2009년 미주 지역, 지난해 중국, 인도 지역 법인으로 글로벌 ERP를 확대한 데 이어 올 1월 3일 브라질 법인을 마지막으로 글로벌 ERP 사업을 마무리지었다.

 LG전자는 당초 지난해 하반기 인도와 브라질 법인 시스템을 함께 오픈할 예정이었으나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작업 기간을 늘렸다. 브라질의 경우 현지 세법이 복잡해 변경해야 할 프로세스가 수천개에 달해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LG전자는 지난달 브라질 법인 시스템 오픈 이후 현재 안정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일 오전 브라질 현지 인력과 영상회의를 통해 문제점을 공유하고 보완하고 있다.

 LG전자는 브라질 시스템 가동으로 한국 법인, 해외법인 86개, 자회사 5개 등 총 92개 법인에 GSI ERP 환경을 완성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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