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D램 등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덜 활성화돼 있는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사업 분야를 대대적으로 키운다. 이 회사는 IBM을 비롯한 주요 업체와 협력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 투자 등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매출을 2015년까지 지난해의 3배 이상으로 늘리고 사업비중도 높일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작년에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에 비해 성장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분야를 육성할 방침"이라고 23일 밝혔다.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는 정보를 단순히 저장하는 데 비해 시스템반도체는 정보처리 기능을 가진 것으로 PCㆍ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자동차 등에도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중에서도 특히 수요가 늘어날 분야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CIS 등), 스마트폰용 심(SIM) 카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들어가는 모바일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공개를 하지 않고 있지만 애플 아이폰에는 삼성전자 모바일AP가 장착돼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IBM과 차세대 20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 공정기술을 공동 개발해 제품 생산과 설계 환경을 공유하기로 했다. 이번에 개발하는 20나노급 이하 공정기술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뿐 아니라 클라우드컴퓨팅 등에도 널리 사용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20나노 이하급 공정 개발은 IBM 뉴욕연구소와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또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진행해 이 부문을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근에는 도시바 시스템반도체를 위탁생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까지 메모리 분야에서 매출 19조7907억원을 올린 데 비해 시스템반도체에서는 4조8368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 시스템반도체 매출 성장세는 작년부터 가팔라지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매출은 4조3997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작년 이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36.4% 늘어난 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현재 경기 기흥공장에 시스템반도체 라인을 가동 중이고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 36억달러(약 4조400억원)를 투입해 새 라인을 만들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런 성장세를 지속하면 2015년 시스템반도체 매출은 지난해 대비 3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을 40% 이상 차지하는 등 메모리 분야에서는 압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D램 대비 5.8배 이상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 시장을 주도할 위치에 있지 못하다. 세계 시스템반도체 업계는 미국 인텔ㆍ텍사스인스트루먼트ㆍ퀄컴, 일본 도시바 등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는 1위 자리를 굳혔지만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를 합친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는 인텔에 이어 2위에 그친다.
글로벌 10대 반도체 업체 중 메모리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4곳 정도며 나머지는 시스템반도체를 위주로 한다.
특히 메모리 분야는 시장 성장세가 크지 않은 데 비해 모바일기기와 스마트 가전 등 성장에 따라 시스템반도체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D램 시장 규모는 △2010년 409억달러 △2012년 320억달러 △2014년 287억달러 등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시스템반도체는 △2010년 2353억 달러 △2651억달러 △2014년 3044억달러 등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은 대만에도 뒤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최근 "시스템반도체는 대만에도 크게 뒤진다"며 "즉각적 대응이 없다면 IT강국 지위는 물론 자동차 등 전통산업 경쟁력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은 PC산업을 기반으로 일찍부터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육성해왔다. 대만은 산ㆍ학 연계가 잘 이뤄져 있어서 대만 정부가 출연한 연구기관이 선행기술을 개발해 기업들에 기술이전을 해주는 사례도 많다. 이에 따라 미래기획위원회는 지난 21일 청와대에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공격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매일경제 김대영 기자/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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