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 다니는 직장인 박모 씨(33). 점심식사를 마치고 동료와 함께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가 카운터에 줄을 서는 대신 테이블에 바로 가서 앉는다. 테이블에 놓인 NFC 리더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자 화면에 메뉴와 가격이 나타난다. 화면을 터치해 평소 즐겨 마시는 아메리카노 두 잔을 선택한다. 잠시 뒤 카운터에서 주문한 커피를 받아들고 커피숍을 나선다. 커피값은 그동안 휴대폰에 모아놓은 모바일쿠폰으로 자동 계산했다. 주차한 위치를 잊어버린 최씨는 엘리베이터에 있는 리더에 스마트폰을 갖다 댄다. 주차할 때 위치를 저장해 놓은 덕분에 화면에 차량 위치가 파악돼 손쉽게 자신의 차를 찾았다.
휴대폰이 지갑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10㎝ 이내의 단거리에서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고, 결제수단 거래도 가능하다. 사진을 출력하기 위해 프린터에 휴대폰을 갖다 대면 종이 출력이 가능한 모바일오피스도 열릴 전망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근거리무선통신(NFC:Near Field Communication)이다. NFC 기술을 이용하면 휴대폰을 지갑처럼 사용할 수 있다. 교통과 신용·멤버십카드, 신분증 같은 개인정보를 안심하고 담아둘 수 있다. 모바일쿠폰을 NFC를 통해 저장해뒀다가 물건을 구입할 때 사용할 수 있으며, NFC를 지원하는 은행이라면 대기번호표를 뽑을 필요 없이 휴대폰을 대면 순번과 대기시간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의 성장성이 예상되는 만큼 해외 이동통신사들은 이미 NFC를 도입하거나 도입할 계획이다. 노키아는 올해 전체 스마트폰 라인업에 NFC 칩세트를 기본으로 탑재한다. AT&T와 버라이즌, T모바일이 공동으로 합작회사를 설립, 미국 전 지역에서 NFC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현재 니스 지역에서 NFC폰을 활용한 교통·지불·RFID·관광정보 등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모바일결제 서비스 방식 가운데 NFC 방식이 2010년 3억1600만건에서 2015년에는 35억7200만건으로 11.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왜 NFC인가=현재 이동통신 시장에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블루투스나 지그비도 모두 근거리 통신기술이다. 하지만 NFC는 이들 기술이 가진 장점을 취한 것은 물론이고 암호화 기술을 적용, 차별화를 꾀했다. 무선으로 접속해도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게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생소하지만 NFC는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되는 3개의 근거리 무선기술인 와이파이, 차량자동항법장치(GPS), 블루투스에 이어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NFC 기술은 포럼이 결성되고 소니·필립스 등 해외업체 주도로 진행되어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NFC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지난해 6월 노키아가 2011년부터 출시되는 모든 스마트폰에 NFC를 탑재하겠다고 밝히면서 급부상했다. 물론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지난해 휴대폰 판매량 4억6000만대, 시장 점유율 36%라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단말 공룡’이 NFC 시장에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또 통신 칩세트업체인 브로드컴이 NFC 및 RFID 솔루션 전문기업인 이노비전을 인수하면서 NFC 확산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휴대폰 제조사 한 관계자는 “칩세트업체가 NFC 솔루션 전문업체를 인수하면서 그동안 걸림돌이었던 고비용 문제가 해결된 것”이라며 “앞으로 NFC 기술은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수준으로 보급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모바일업계 골리앗인 애플이 아이폰 후속모델에서,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 2.3(진저브래드) 버전에서 NFC 지원을 결정해 시장 확대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13년 NFC 탑재 스마트폰은 절반=NFC의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노키아·삼성전자 등 글로벌 제조사 및 이동통신사가 NFC 탑재와 사업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시장 확대에 긍정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ABI리서치는 2012년 전 세계 휴대폰 가운데 NFC를 탑재한 단말은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 역시 2013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7억대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50%인 3억5000만대가 NFC를 탑재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NFC 기반 휴대폰은 올해부터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상용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며, 2015년에는 전체 휴대폰 출하대수의 60%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했다.
로아그룹 관계자는 “모바일 시장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NFC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됨에 따라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 확대가 예상된다”며 “기업들이 NFC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사업에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제 및 파급효과=전문가들은 NFC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칩세트와 태그 가격 인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서비스에 필요한 신규 리더의 소매점 보급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안에 대한 의구심도 해소해야 한다. 관련업계는 10㎝ 이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기 때문에 보안문제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모바일 결제를 시작으로 하는 NFC 서비스는 모바일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모바일 광고, 보안, 공공서비스로 분야가 확산될 조짐이다. NFC와 스마트폰의 만남은 오픈 플랫폼 환경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으며 스마트TV와는 양방향 소통이라는 새로운 가치 창출이 예견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모바일 시장에서 NFC가 대세이긴 하지만 거래가 빈번히 이뤄지는 소규모 점포들의 리더 보급이 시장 확대의 관건”이라며 “무선으로 이뤄지는 만큼 신뢰성과 보안을 담보하기 위한 관련업체들의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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