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피트먼의 비애

 18일(현지시각) 소니가 미국 뉴저지 주 피트먼시의 콤팩트디스크(CD) 공장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들렸다. 소니는 오는 3월 18일까지 피트먼 CD 공장을 폐쇄하고, 현지 직원 300여명도 해고할 계획이다.

 디지털 음악 서비스에 밀려 쇠퇴한 음반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현상으로 보였다. 이날 냇 워든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도 소니의 선택을 애플 ‘아이튠스’와 같은 디지털 음악 서비스 때문에 빛을 잃은 CD의 침몰이 투영된 현상으로 해석했다. CD나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같은 물리적 미디어 제품이 디지털 미디어 쪽으로 끌려간 소비자 때문에 상처를 입은 결과라는 것. 워든은 계속된 미국 경제 불안도 피트먼 CD 공장 폐쇄를 부추긴 것으로 풀어냈다.

 “공장 폐쇄는 ‘따뜻한 마음을 품은 작은 마을(The Small Town With A Big Heart)’을 모토로 삼은 작은 자치도시(피트먼)에 매우 고통스러운 타격이 될 겁니다.”

 마이클 배튼 피트먼 시장의 걱정이다. 당장 시 1년 예산(세금)에서 40만달러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피트먼시 인구가 1만명도 채 되지 않으니 일자리를 잃은 300여 시민의 앞날도 그에게 큰 시름을 안길 전망이다. 배튼 시장은 시 경제개발팀과 함께 소니가 떠난 뒤에 남을 공장 용지 72에이커를 채울 새로운 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찾기로 했다.

 피트먼 공장은 1960년부터 컬럼비아레코드 음반(LP:Long Playing)을 생산했다. 무려 51년간이나 1만여 피트먼 시민의 젖줄이었던 셈이다. 그만큼 ‘소니의 공장 폐쇄 결정’이 주는 충격이 클 것으로 보였다.

 피트먼 CD 공장에는 더 많은 게 맺혔다. 20세기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확산의 대표 주자로서 세계 곳곳에 자국 기업이 활동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었던 미국. 이 나라의 본토에서,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탓에 미국의 군사적 지배 아래 있었던 일본의 다국적 기업 소니가 철수한다. 그래서 미국 시민의 삶이 당분간 고통스럽게 됐다. 고통의 원천을 ‘아이튠스’로 음반시장에 새 질서를 세운 애플과 같은 미국 기업이 제공했다.

 관전 포인트 하나 더. 미 ‘공화당원’인 마이클 배튼 시장이 어떤 기업으로 소니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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