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받는 국산 SW 유지보수] <상>요율 사대주의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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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vs 6%.’

 현재 국내 공공기관과 기업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외산과 국산 데이터베이스관리솔루션(DBMS)의 유지보수 요율이다. 비슷한 솔루션을 구축해주고 매년 유지보수 이후 받는 대가는 천양지차다. 국산 SW업계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원흉으로 ‘비현실적인 유지보수 요율’을 꼽았을 정도다. 밑지고 응할 수밖에 없는 국산 SW의 비현실적인 유지보수 요율이 비롯된 원인과 대안을 2회에 걸쳐 긴급 점검한다.

 

 “국산 SW 유지보수 요율을 함부로 못 올려줘요. 잘못하면 감사를 받아야 해요.”

 한 공공기관 정보화 담당자는 유지보수 요율 문제가 나오자 쏘아붙이듯 말했다. 그는 “그동안 6~8% 주던 국산 SW 요율을 10%로 현실화하자 곧바로 감사원 징계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외산 DB 솔루션 오라클에는 20%대의 높은 유지보수료를 줘도 국산은 조금만 올려도 ‘감사 대상’이라고 귀띔했다.

 공공기관의 SW 유지보수 요율은 사대주의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외산은 제값을 주더라도 국산은 깎을 수 있으면 깎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예산 당국은 물론이고 감사원까지 국산 SW의 요율이 올라가면 무슨 문제가 있다는 시각으로 접근한다.

 이 같은 현상은 SW업체들의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최근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이 발표한 ‘2010 DB산업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DB소프트웨어 시장의 라이선스와 유지보수 매출 비중은 8 대 2로 나타났다. 다국적기업의 경우 5 대 5 또는 6 대 4인 데 비해 유독 국내 업체들의 유지보수 매출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국산 SW에 대한 유지보수 요율은 어디에도 명문화돼 있지 않다. 1990년대 초 전산시스템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예산 편성지침에 한번 거론됐고 이것이 지금에 이른다는 게 공공기관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법적으로 어떤 구속력도 없는 것이지만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민간 기업도 6~8% 요율을 법규처럼 적용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나 감사원도 명확한 근거 없이 국산 SW에만 6~8%대 비현실적인 유지보수 요율을 강요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정보화 예산절감을 위해 국산 요율 인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고 있다. 글로벌 요율 정책을 고수하는 외산 기업에는 아예 삭감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이는 유지보수 요율에 대한 뚜렷한 지침이나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산은 외산보다 못하다는 사대주의적 선입견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지보수 비용의 비현실화는 국산 SW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유지보수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려 국산 SW가 고객들로부터 외면 받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한다.

 외산 SW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대가를 받다 보니 연구개발(R&D) 투자도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내 간판 SW기업이 워크아웃에 돌입하거나 인수합병의 우여곡절을 겪은 것도 국산 SW의 유지보수 홀대에서 찾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영상 한국SW전문기업협회장은 “비현실적인 유지보수 요율은 국내 대표적인 SW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으며 SW 생태계의 선순환 고리를 끊고 있다”며 “감사원에 공문을 보내 국산 SW가 제값을 받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한병준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산SW는 예산 수립부터 비현실적인 유지보수 요율을 강요받는 차별을 받고 있다”며 “획일적인 감사를 피하고 국산SW를 도입하는 담당자에게 오히려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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