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보기술(IT)사관학교’로 불리던 현대정보기술이 2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현대정보기술 경영권(지분 52.3%)을 확보한 롯데정보통신이 사명을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롯데정보통신은 다음 달 25일 현대정보기술 주주총회를 개최, 상호 변경을 확정할 예정이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현대’라는 상호를 뗀다는 방침 아래 새로운 사명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989년 설립된 현대알렌브래들리를 모태로 하는 현대정보기술은 20여년의 이력을 간직한 채 다음 달 25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1993년 8월 출범한 현대정보기술은 옛 현대그룹의 정보화는 물론이고 국방·금융·교육·의료 등 다양한 분야 정보화 구축 사업을 수행, 오랜 기간 IT 서비스 간판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999년 국내 IT 서비스 수출 1호로 기록된 ‘베트남 중앙은행 금융결제 시스템’을 수주, 성공적으로 개통하는 등 우리나라 IT 서비스 산업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현대정보기술은 설립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현대전자를 비롯한 옛 현대그룹 계열사 지원과 글로벌 시장 개척을 통해 삼성SDS와 LG CNS(옛 LG EDS)에 버금가는 매출을 올리는 등 IT서비스 ‘빅3’로 입지를 다졌다. 기업공개(IPO)를 단행한 2000년에는 5700억원대 매출을 올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정점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해 말 롯데정보통신이 경영권을 인수하기 이전 두 차례에 걸친 경영권 변경 등 우여곡절도 겪어야 했다. 지난 2004년 현대정보기술은 현투증권에서 미라콤아이앤씨 컨소시엄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같은 해 현대정보기술은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됐다. 이어 불과 2년여 만인 2006년에는 성호그룹으로 최대주주가 또다시 변경됐다.
현대정보기술은 이 같은 부침에도 지난 2003년 이후 2006년까지 4년간 매출 3000억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이후 2000억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랜 이력만큼 현대정보기술은 IT 인재양성으로 ‘IT 사관학교’라는 별칭도 얻었다.
표삼수 전 사장(현 KT 사장), 김선배 전 사장(현 호서대 교수), 이영희 현대정보기술 사장을 비롯해 황시영 현대중공업 부사장, 조영천 코오롱베니트 사장, 조성갑 고려대 교수, 조성식 SAS코리아 사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김세종 엔키아 부사장 등이 현대정보기술 출신이다.
현대정보기술 출신 한 인사는 “현대정보기술이라는 사명이 사라지더라도 현대정보기술이 우리나라 IT 서비스 산업에 일조했다는 사실만큼은 오래도록 기억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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