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편의성이 시너지 효과 일으켜
심리치료사 브렌다 브라이언은 자신이 맡고 있는 분노 통제 그룹의 구성원들에게 화산으로 순간이동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녀는 화산을 보면 감정적 폭발이 얼마나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브라이언은 보통의 치료사가 아니다. 미국 미주리주 소재 NGO기관인 프리퍼트 패밀리 헬스케어(PFH)에 있지만 치료 활동은 온라인 가상공간인 세컨드라이프에서 수행하는 가상세계 치료사다.
이른바 아바타 요법으로 불리는 이런 심리치료 기술이 최근 인기와 신뢰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미 수백여명의 환자들이 현실이 아닌 인터넷 공간에서 아바타 카운슬러를 찾아와 상담을 하고 있는 상태다.
PFH의 연구에 의하면 환자들은 실제 세계보다 가상 세계에서의 심리치료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FH는 심각한 학대를 당한 청소년 70명을 대상으로 3년 기간의 연구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년이 지난 현재 브라이언 박사의 가상현실 요법에 참여한 환자 중 95%가 이미 치료과정을 이수했거나 착실히 출석하고 있다. 반면 현실세계에서 치료를 받기로 한 환자 중 이 같은 비중은 단 37%에 불과하다.
이처럼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아바타 요법을 받으면 병의 재발 및 악화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연구자들은 인터넷이 주는 높은 편의성과 낮은 사회적 불안감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참석률을 높이고 치료효과 또한 증대시키는 것으로 분석한다.
PFH의 딕 딜론 수석 부소장은 “아바타 요법 참가자들도 실제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4회의 카운슬링에 참가한다”며 “가상세계 환자의 경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더 오랜 시간 치료를 받으려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바타 요법이 적합지 않은 환자도 있다. 일례로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환자라면 치료 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또한 아바타를 활용한 채팅으로는 몸동작, 표정 등의 신체언어나 감정 기복에 의한 음조의 변화를 감지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그래도 아바타 요법의 효용성은 뚜렷해 보인다. 브라이언 박사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한 환자는 “가상 치료는 기분이 편안하다”며 “아바타 치료가 효과가 없었다면 내 정신적 문제는 벌써 재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