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핫이슈]<9>글로벌 콘텐츠 한류-콘텐츠는 일류, 규제는 삼류

 우리나라 콘텐츠의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진다. 게임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음악이나 영화·캐릭터 등은 아시아 울타리를 넘어 북미와 유럽 시장을 넘본다. 콘텐츠 수준은 일류지만 규제는 삼류다. 특히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 아래 콘텐츠산업을 옥죄는 여성가족부의 규제는 한마디로 삼류 코미디다.

 여성부의 실효성 없는 콘텐츠산업 규제의 대명사는 ‘셧다운제’다. 16세 미만 청소년은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모든 게임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부에서 게임법으로 게임중독의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여성부는 듣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일어난 모친 살해사건을 계기로 여성부는 ‘게임=마약’이라는 주장을 서슴 없이 내놨다.

 여성부의 콘텐츠산업 규제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비의 ‘레이니즘’이나 동방신기의 ‘주문’ 등 약 110곡이 청소년보호위원회로부터 유해매체 판정을 받았다. 음반 심의규정에는 곡 가사의 전반적인 내용과 맥락을 살피도록 명시돼 있지만 가사에 들어가는 일부 단어를 문제 삼은 결과다.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했던 동방신기의 ‘주문’은 법원의 판결로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이 취소된 사례만 봐도 여성부의 시각이 얼마나 협소한지 알 수 있다. 뮤직비디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티아라의 ‘보핍보핍’ 등이 대표적 청소년유해매체물이다.

 여성부는 최근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통해 음악과 음반의 사전심의를 부활하려 한다. 1996년 폐지된 사전심의제도를 다시 살려내 여성가족부에서 심의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단지 음악뿐 아니라 콘텐츠산업 전반에 대해 내용 검열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방송콘텐츠 규제도 강화 일색이다.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대를 확대했다. 시행령 개정으로 보호 시간대는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까지에서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늘어났다.

 여성부의 콘텐츠 규제에 업계와 창작자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이하 문산연) 총 9개단체 800여개 회원사는 지난 연말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문산연은 5일 “대중문화예술산업에 전문성이 결여된 여성가족부가 부처 이기주의에 기인해 규제를 남용함으로써, 문화예술의 핵심 가치인 창의성과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는 현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주장했다.

 문산연은 성명서를 통해 △콘텐츠 관련법으로 규제의 일원화 △문화콘텐츠의 전문성이 결여된 여성가족부의 규제 반대 △표현의 자유와 자율성을 부정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으로 인한 콘텐츠산업의 국제경쟁력 하락 등을 밝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