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스윽~ 문질러!`

 얼마 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자신들의 아이패드용 앱 광고를 인터넷으로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언론사에 길이 남을 두 스타 기자인 밥 우드워드와 편집장 벤 브래들리가 하얀 백발이 되어 광고에 등장한다. 지난 70년대 워터게이트 취재 때부터 사용하던 ‘타자기’로 혼자 책상에 앉아 기사를 쓰는 밥 우드워드. 주변 동료들은 삼삼오오 모여 조그만 패드를 보며 웃고 즐긴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우드워드는 사무실을 가로질러 편집장 벤 브래들리의 방을 찾아간다. 아이패드에서 자신이 쓴 기사를 보는 방법에 대해 묻는 그에게 답답하다는 듯 ‘스윽~ 문질러!(Swype it)’라고 소리치며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90살의 벤 브래들리. 서로를 바라보며 신기한 듯 뿌듯해하는 두 백전노장(百戰老將)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야흐로 ‘스마트 빅뱅’ 시대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초래한 ‘워터게이트 스캔들’ 특종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우드워드와 지난 23년간 편집국장을 지낸 브래들리도 이제 스마트패드를 배워야 하는 시대가 왔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도 하루 시청자 700만명에 이르는 토크쇼의 사회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새해부터 ‘소셜미디어와 TV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승부수를 던진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뭔가 이상한 조짐들이 느껴진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그리고 수십만 개의 ‘앱(App)’ 등 지난 1-2년간 새로운 변화의 조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해, 이젠 엄청난 폭발의 순간만 남았다.

 지금으로부터 137억년 전, 우주가 어떤 한 점에서 탄생한 후 팽창해 오늘의 우주에 이르렀다는 것이 소위 ‘빅뱅론’이다. 미국 공상과학소설가 버너 빈지는 그 폭발의 중심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불렀다. 인간의 경험과 지식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지는 분수령인 특이점은 ‘예전 모형들은 모두 폐기돼야 하고, 새로운 현실이 지배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특이점은 수렵과 채취를 생존전략으로 하던 생활에서 농업에 기초를 둔 문명 상태로의 진보였다. 그리고 두 번째 특이점은 활판인쇄술이다. 활판인쇄술은 오늘날 과학기술의 혁명을 불러왔다. 이제 인류 역사상 세 번째가 될 특이점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길어야 10∼20년 안에 또 한 번의 빅뱅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는 게 미래 학자 피터 슈워츠의 예견이다.

 인류 역사에는 분명 그 이전과 그 후로 구분할 수 있는 분기점이 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변화를 어떻게 읽고 대응하는 냐는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인류역사를 한순간에 바꿀 중요한 순간은 10년 뒤가 아니라, 바로 2011년 오늘이다. 이 엄청난 변화의 순간을 즐기면서 스마트 빅뱅 시대에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방법은 단 한가지다. 새로운 미래가 활짝 펼쳐질 수 있도록 과거를 ‘스윽~ 문질러!’ 넘기면 된다.

  주상돈 경제과학담당 부국장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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