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가 LG의 전사적 핵심사업이 된 만큼 지체할 틈이 없습니다. 매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이 시장에서 아직 한국이 큰 힘을 못 쓰고 있지만 LG가 2~3년 안에 세계 10위권에 들면 태양전지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기틀이 마련될 겁니다."
지난 23일 LG전자의 구미공장 태양전지 생산라인에서 만난 조관식 솔라사업팀장(상무)은 성탄절에도 공장을 세우지 않을 것이라며 태양전지를 향한 의지를 내보였다.
방진복을 입은 채 먼지를 떨어주는 클린룸을 지나 생산라인으로 들어서자 손바닥만 한 크기의 웨이퍼들이 화학 처리를 하고 전극을 입히는 공정으로 줄지어 들어가고 있었다. 웨이퍼들은 총 길이가 수십 m에 달하는 이 공정을 통해 태양광 흡수율을 높이고 전극도 만들어지면서 태양광 발전의 기초 단위인 `태양전지 셀`로 태어난다.
조 상무는 "태양전지 셀의 시간당 생산능력은 비밀유지 사항이라서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수천 장 이상"이라고 귀띔한다.
태양전지 셀은 또다시 긴 공정을 거치면서 수십 장 단위로 묶이고 코팅ㆍ전수 검사 등을 마무리하면 `태양전지 모듈`로 탄생한다. 비로소 고객에게 공급되는 태양전지 제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들 제품은 주로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 등에 실려 나간다.
태양전지는 그린신사업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한국 기업은 없다. 세계 1위인 중국 JA솔라, 선텍, 독일 큐셀 등 중국ㆍ유럽ㆍ일본 업체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의 생산능력은 중국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망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웨이퍼, 태양전지 모듈 등을 포함해 태양광 시장규모는 올해 1700억~1800억달러에 이르고 내년에는 22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이 아직 `약자`로 평가받는 태양전지 업계에서 2013년 세계 10위를 목표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는 업체가 LG전자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태양전지를 미래 먹을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201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생산능력은 2013년까지 지금의 8.3배로 늘릴 예정이다.
LG전자의 태양전지 라인은 3교대로 24시간 돌아간다. 지난 25일 성탄절에도 서지 않았고 신년맞이로 들떠 있을 다음달 2일에도 정상 가동된다. 생산라인을 안내하던 LG전자 관계자는 "물건이 달릴 정도의 시장 상황은 아니지만 독일 등에서 우리 제품을 많이 찾고 있어 공장을 세울 틈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쉴 새없이 돌아가고 있는 생산라인 옆으로는 새 라인을 만들기 위해 장비를 들여놓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LG전자는 자체 생산한 태양전지를 직접 발전에 활용하고 있다. 구미공장의 주차장에는 태양전지 모듈이 길게 깔려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로 사무동 전력의 20~30%를 충당하고 있다.
LG전자의 태양전지 사업은 역사가 깊지 않다.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7년이고 생산라인이 처음 가동된 것도 올 초에 불과하다. 하지만 LG그룹이 태양전지에 쏟아붓고 있는 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틈만 나면 태양전지를 그린신사업으로 육성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구 회장은 이달 초 "태양전지를 비롯해 LG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분야에서는 투자와 인재확보ㆍ육성을 통 크게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태양전지 사업에 속해 있던 AC(에어컨)사업본부를 AE(에어컨디셔닝&에너지솔루션)로 바꿨다. 그만큼 태양전지 사업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얘기다.
LG전자 구미공장의 태양전지 생산능력은 120㎿ 수준. 1m×1.6m 크기의 태양전지 모듈 연간 52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 정도 물량으로 발전을 하면 약 4만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 나온다.
LG전자는 내년 말까지 태양전지 생산능력을 현재의 2.8배인 330㎿로 늘릴 계획이다. 또 2013년까지는 현재의 8.3배인 1GW로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에서 흔치 않은 수준의 공격적 증설이다.
LG전자는 2015년에 태양전지사업에서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글로벌 톱10 진입을 위해 생산력 확대와 함께 연구개발(R&D)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환용 LG전자 AE사업본부장(부사장)은 "LG전자가 태양전지에서 글로벌 리딩업체가 될 때까지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특히 비용이나 발전 효율을 개선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관식 솔라사업팀장(상무) "성공할 자신 있었기에 앞뒤 안재고 몰아붙여"
"자네 태양전지가 뭔지 알아? 연구해 봐."
2006년 말 조관식 LG전자 상무는 당시 최고경영진에게서 이런 전화를 받았다. 이게 LG전자 태양전지 사업의 시작이다. 조 상무는 이때부터 LG전자 태양전지 사업을 진두지휘했고 지금도 솔라사업팀장으로 현장을 이끌고 있다.
조 상무는 "2007년부터 각종 전시회 등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태양전지 사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용어조차 낯설어 태양전지 사업을 구상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2007년 이후 1년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해외로 다니며 태양전지 사업을 연구했다. 장비업체를 방문하고 미래 고객을 찾아다니며 기초를 갈고닦았다.
조 상무는 "2007년부터 생산라인은 깔지도 않았는데 독일 등에서 미래 고객을 찾아다니며 LG전자가 태양전지를 생산할 것이니 꼭 사용해달라고 홍보하고 다녔다"며 웃음지었다.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회사에서 태양전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됐고 2009년에는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게 올해 초부터 가동한 1기 생산라인이다. 당시 한국 태양전지 사업이 걸음마 수준이라 생산장비를 공급한 곳은 독일 업체였다.
조 상무는 "우리가 하도 몰아붙여서 독일 업체가 생산라인을 설치하고 가동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며 "처음에는 독일 기술자들이 `왜 이렇게 재촉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해당 업체에서 `시간을 단축해 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구미=매일경제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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