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스마트그리드 부문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국내 전력망을 보다 친환경적이고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스마트그리드를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새로운 영역이라는 특성상 아직 뚜렷하게 선도하고 있는 나라가 없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우리나라는 이탈리아와 함께 스마트그리드 선도국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관련 산업이 보다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두 건의 큰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돼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0 월드 스마트그리드 포럼’에서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정보기술(IT)이나 조선·자동차 산업 등이었다면, 미래 국가경제를 견인할 주력 산업은 스마트그리드를 중심으로 한 전력 산업이 될 것”이라며 “세계 수준의 전력망 운영기술과 IT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1월에는 제주도에서 ‘코리아스마트그리드위크(KSGW)’ 행사가 열려 우리의 기술과 의지를 세계에 널리 알렸다. 이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스마트그리드정부간협의체(ISGAN) 고위급 관료회의에서 우리나라는 ISGAN 사무국을 수임하기도 했다. 이는 7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클린에너지장관회의에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ISGAN 발족을 골자로 하는 스마트그리드 이니셔티브 채택을 주도한 후 약 4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과제도 만만찮은 게 사실이다. 실질적인 스마트그리드 선도국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의 선점’이다. 표준 부문에서 다른 나라에 밀린다면 선도국이라는 위치도 위험해질 수 있다.
표준 선점을 비롯해 보다 활발한 해외 진출을 위해 국제적인 영향력도 키워야 한다. 가깝게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스마트그리드 기술 로드맵 작성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최근 구자균 스마트그리드협회장이 부회장으로 선임된 국제스마트그리드연합(GSGF)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활발한 연구를 통해 뛰어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이면서도 궁극적인 방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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