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스마트폰을 비롯해 올해 하반기 세계적인 인기상품으로 자리매김한 스마트패드(태블릿PC) 아이패드가 전 세계 산업분야에 일으킨 반향은 매우 크다. 이들 제품이 출시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들 제품과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콘텐츠 등에 관련된 업계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또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관련된 정보통신(IT)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가치사슬에도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는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사용자들에게도 예외 없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업계나 사용자 각자 위치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나 의구심도 다양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다면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사들이 경쟁력 있는 디자인과 가격의 스마트 디바이스들을 그렇게 빨리 생산해 낼 수 있었을까? 또한 KT나 SK텔레콤 같은 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와이파이(WiFi) 존을 확대하고, 고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하려고 했을까? 아울러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접하면서, 왜 그전에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아이러브스쿨’이나 ‘싸이월드’는 당시의 성공을 지금까지 이어오지 못하고 국내 또는 국제적으로 세계적인 SNS를 견제할 수 없게 된 것일까? 청와대와 같은 특정 명칭 등을 검색하면 왜 국내 포털 사이트와 구글 같은 외국계 포털 사이트의 검색결과가 다른 것일까? 구글 TV나 애플 TV 등이 방송광고나 애플리케이션 혹은 풍성한 콘텐츠를 통해 국내 시장을 점유하면 우리 통신사들은 속빈 강정 같이 파이프라인만 제공하는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나?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고의 글로벌 회사들도 애플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때 우리나라 기업들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불철주야 노력하여 갤럭시S나 갤럭시탭 등의 대응 제품 또는 더 우월한 제품을 만들어 냈고 경쟁력을 과시하며 세계 시장에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를 중심으로 와이브로(WiBro) 네트워크, 단말기, 서비스 등의 해외 판로도 개척했고, 제반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회사들도 세계를 무대로 웅비의 기상을 펼치려 하고 있다.
어쨌든 이제는 교차하는 만감을 뒤로 하고, IT 강국으로 나가기 위한 우리의 위상을 차분히 짚어 볼 때가 된 것 같다. 이제는 국내 업체들도 안이하게 국내시장에 안주하던 사고에서 벗어나 분발해야 하고, 정부도 외국 기업이나 서비스에 비해 여러 가지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업체들의 의견들도 수렴할 수 있는 통로도 만들고, 규제와 정책에 반영하여 SNS 시대에 진정한 IT 강국으로 도약할 수 토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모든 것이 융합되는 방송통신시장에서 공급자 간에 활발한 경쟁을 촉진하는 유효경쟁(Effective Competition)이 달성될 수 있도록 역무·사업자 분류제도, 진입규제, 통신망 및 통신설비에 대한 접속, 망 개방 제도, 요금규제제도, 보편적 서비스제도, 번호이동제도, 주파수 관리제도, 불공정 규제제도, 회계제도 등의 기존 제도를 보완하고,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법·제도들도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아직 결코 늦지 않았다. 애플발 충격에서 벗어나 위기를 기회로 호전시킬 수 있는 역량은 이미 우리나라 기업들을 통해 입증되고 있으며, 세계시장도 이 점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우리의 장점인 창의성과 생각의 유연성을 살려 다시 세계가 우리를 주목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안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이봉규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부원장·교수 bgle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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