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청소년 입장 배제된 정치적 타협의 산물”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16세미만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셧다운제’에 대해 청소년과 청소년 전문가들이 규제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맹비난했다. 특히 셧다운제 입안 과정에서 당사자인 청소년은 철저히 배제된 점과 제도 도입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했다.

 22일 문화연대와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공동 주최로 환경재단에서 열린 ‘청소년 게임이용의 법률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청소년을 배제하고 결정한 셧다운제는 실효성은 없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발제를 맡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등급제를 통해) 내용을 규제한 상태에서 다시 시간을 규제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셧다운제는 객관적 연구의 결과라기 보다는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고, 두 부처의 다툼을 무마하기 위한 권력관계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이미 게임 중독에 빠진 10대는 셧다운제를 도입해도 어떻게든 게임을 한다”며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다른 놀이를 제공하거나 학교·부모·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서 장기적인 상담과 관찰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소속 공현씨는 “셧다운제 도입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는 게임산업 위축에 대한 얘기만 있었지 정작 문제의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외면돼 왔다”며 “청소년들에게 귀 기울이지 않고서는 어떤 제대로 된 대책도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셧다운제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이 이어졌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소속 클린앤(필명)은 “여가부와 문화부는 청소년의 문화적 선택권 폭을 넓힐 수 있는 문화시설을 확충해야지, 그나마 있는 선택의 폭마저 없애는 바보 같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셧다운제 도입을 위한 핵심 주장의 하나로 수면권 보장을 외치면서 청소년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인 학원이나 밤샘공부, 입시위주의 교육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모순을 지적했다.

 박근서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게임에 대한 우려의 밑바닥에는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며 “게임 자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논의되는 것이 아니고 학부모들의 욕심이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돼 문제”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부모가 자녀와 함께 게임을 하고, 게임을 골라주고, 함께 얘기하는 것이 과몰입을 막는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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