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오 모(26)씨는 노래를 잘 부른다. 그는 이 재능을 발판삼아 지인에게 결혼식 축가 아르바이트를 다수 소개받았다. 오 씨는 유리상자의 ‘신부에게’ 이적의 ‘다행이다’ 등 결혼식 단골 축가를 부르며 일정한 보수를 받았지만 최근 또 다른 지인에게 저작권 침해일지 모른다는 말을 듣고 당황했다.
# 모 여대 연극 동아리 학생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연기실력을 무대에 선보이는 연례 공연을 앞두고 작품을 선정했다. 이들은 콘텐츠의 깊이를 위해 작고한 소설가의 유명한 작품을 극으로 각색, 티켓 값 3000원을 받고 무대에 올렸다. 그로부터 며칠 후, 학생들은 원작자의 유족에게 명백한 권리 침해라는 항의를 받고 난감한 지경에 처했다.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고 보수를 받는 행위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다. 원작이 있는 내용을 영리 목적의 공연으로 만들었거나 다수에게 공개된 미니홈피에 콘텐츠를 링크가 아닌 전문으로 퍼나르는 경우 역시 저작권법을 침해한 행위다.
2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상생협의체(의장 안문석)와 함께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지난 1년간 다듬어져 온 ‘저작권 공정이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일상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44개의 사례들을 안내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저작권법 저촉여부를 미처 숙지하지 못했던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쓰여 권리자와 이용자 간의 분쟁 감소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공정이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족, 친지의 일원으로 결혼식장에서 축가를 부르면 저작권법상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지만 돈을 받고 부르는 소위 ‘축가 아르바이트’는 저작권법 침해다. 결혼식장에 초청돼 축가를 부른 가수를 동영상으로 찍어 배포해도 위법이다.
1000원이라도 티켓 값을 받고 원작 있는 작품을 허락 없이 각색해 연극을 한 경우 역시 저작권을 저촉한 사례다. 이해완 교수는 “원작 소설을 각색해서 영리 공연을 올리면 공연권은 물론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2차 저작물 침해도 일어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저작권 공정이용 가이드라인의 구체적 내용은 22일 행사에서 마지막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소폭 수정된 내용으로 문화부 및 저작권위원회 등의 공공기관 사이트에 게재할 예정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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