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전력피크

 예전엔 해충이나 병균 번식을 줄이기 위해 ‘겨울은 추워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수은주가 내려가면 한 쪽에선 걱정이 높아진다. 물론 추위에 맨몸으로 맞서야할 어려운 이웃도 걱정이지만, 전기 사용량 증가곡선을 보며 마음을 졸이는 정부와 전력 관계기관 얘기다.

 전력망은 감당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부하를 넘어서면 멈춰 선다. 바로 정전이다. 송전할 수 있는 능력보다 늘어난 전력만큼만 끊기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계통이 죽는다. 결국 대규모 정전사태로 인해 국가 전체가 치유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

 이 한계점이 바로 ‘전력 피크(peak)’다. 제조업과 수출산업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구조상 가장 경계해야하고, 닥치지 말아야할 순간이기도 하다.

 불과 2년전만 해도 연간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때는 여름철이었다. ‘한낮 10분간만 에이컨을 꺼둡시다’라는 공익 슬로건이 주목받던 시절이다.

 그런데 요즘은 겨울철에 전기 사용량이 가장 많다. 예보된 것 보다 훨씬 더 한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15일 오전 11시, 우리나라 전체 순간 최대 전력수요가 7108만㎾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 최대사용량인 6989만㎾를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고치다. 겨울철 전력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난방용 전력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올겨울 최대 전력사용량을 7250만㎾로 예측하고 있다. 물론 이 보다 6.5% 더 많은 전력 공급량을 확보, 전력피크에 대비한다는 계획도 서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한 준비 수준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것이다.

 전기는 국가 에너지의 핵심으로 앞으로도 2차에너지(실제 국민이 사용하는 에너지)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전기차만 보더라도 이같은 경향은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다. 기름으로 달리던 차가 전기로 달리게 되는 격이다.

 없어서는 안될 에너지, 전기가 우리 앞에서 끊길 수도 있다. 전력피크를 막고 대응하는 일이 정부와 관계기관 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의 일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진호 그린데일리팀장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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