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등급위원회의 게임물 등급 수수료 인상안이 발표되면서 게임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강제적인 등급분류라는 규제에 더해 이에 따른 비용까지 민간에 부담하는 것 자체가 게임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게임위에 따르면 게임물 등급분류 수수료가 2011년 100%, 2012년 50%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지난해 이미 250%가 인상된 데 이어 내년부터 다시 2년에 걸쳐 200% 인상되는 수수료 조정안이 확정되면서 중소형 게임개발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심의 수수료가 이처럼 급등하게 된 것은 줄어든 게임위의 예산이 민간업체의 부담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물 등급분류 업무는 2011년 12월 31일까지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후에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등급분류 업무가 민간으로 이양될 예정이다.
즉 이번 수수료 인상은 게임물의 과도한 폭력이나 선정성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가하는 정부 업무를 민간으로 이양하면서 정작 필요한 재원은 규제를 받는 게임업체로부터 받겠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등급분류 비용은 게임 개발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돼왔다"라면서 "이번 안은 원가의 30~40% 수준이었던 등급분류 수수료를 현실화한 것이며 이는 외국에 비해도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는 사전심의제도가 유지되는 한 민간 자율화는 등급 분류 비용만을 민간에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소게임업체 관계자는 "게임업체들에 심의비용을 부담시키지만 동시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게임 선진국과 비교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게임물 등급분류는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다. 하지만 게임업체들은 최대 400만원이 넘는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자발적으로 사전심의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도소매 업주들이 등급을 받지 않은 게임물의 유통을 차단하고 있고 게임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연령 등급을 게임물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일종의 인증마크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북미 지역의 경우 메이저 유통사를 포함한 수많은 소매상들은 비영리 게임물 심의기관인 ESRB(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의 등급을 받은 게임만을 판매하고 있다.
등급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또한 높다. 지난해 5월 미국의 한 리서치 기관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게임을 즐기는 자녀를 둔 부모 중 87%가 게임물 구매 시 ESRB의 등급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환경에서 등급심의 수수료는 게임업체에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일종의 마케팅 비용이다.
게임업체들은 굳이 강제하지 않아도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높은 수준의 심의 수수료를 기꺼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게임물은 대부분 도소매 과정이 없는 온라인 게임물이기 때문에 유통 단계에서 통제가 불가능하다.
등급표시가 소비자들에게 품질을 보증하는 인증수단으로 활용될 수 없기 때문에 등급분류 수수료는 게임업체들에 반갑지 않은 규제비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이 등장하면서 사실상 전수를 대상으로 한 사전심의는 의미가 없어졌다"라면서 "등급분류 업무의 민간 자율화 이전에 필요한 것은 자율심의제 도입"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게임물 등급업무의 민간 자율화가 추진될 경우 수수료가 추가 인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현재 게임위의 등급분류 업무는 위원들의 전문성, 인지도 등 비용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라면서 "민간기관이 지금 게임위 수준의 등급분류 업무를 해야 한다면 비용은 현재 수준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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