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구청에서 와이파이 안잡히네"

직장인 이효림 씨(28ㆍ서울 마포구)는 최근 출장을 갈 때 필요한 여권을 만들기 위해 마포구청을 찾았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려는데 구청 내에서 와이파이(무선인터넷AP) 신호가 잡히지 않았던 것. 2층 민원실에 설치된 와이파이 2개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 와이파이도 잡혔지만 가입을 해야 하고 신호도 약했다.

이씨는 "요새 길거리나 심지어 택시에서도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데 구청에서 와이파이가 안 된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공공기관이라면 와이파이 정도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디바이스가 올해 들어 700만대를 돌파하는 등 급속히 확산되면서 각 이동통신사가 무료로 모바일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와이파이망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청, 구청, 주민자치센터 등 공공기관은 `모바일 인터넷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민간 사업자보다 정부가 먼저 무선 인터넷 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1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정부 부처와 각 시ㆍ군ㆍ구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된 공공(Public) 와이파이(12월 초 기준) 수는 약 1100개다.

이 중 서울 지역에 설치된 와이파이가 380개 정도며 나머지 720개는 서울 외 지역에 설치돼 있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전국에 설치한 와이파이(6만8000개)에 비해 1.6% 규모에 불과하다.

공공 와이파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비용을 들여 설치한 무선망으로,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연결만으로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청에 설치돼 있는 와이파이 개수는 고작 1개뿐이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서울시청은 올해 시민을 위한 스마트폰 기반 앱을 다수 개발해 한국인터넷대상을 받기도 한 `모바일 선진기관`이지만 정작 편리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인프라스트럭처는 거의 없다. 서울 지역 각 구청과 주민자치센터도 민원실용으로 1~2개를 설치해 놓거나 하나도 설치하지 않은 기관이 다수인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청 내 1ㆍ2ㆍ3ㆍ5청사에 와이파이존을 구축할 필요는 있지만 예산 문제에 부딪혀 설치가 번번이 미뤄졌다"며 "내년 예산도 당초보다 삭감된 규모(8억원)로 책정돼 구축이 요원하다"고 털어놨다.

반면 미국은 의회가 주도해 모든 공공기관에 의무적으로 와이파이 기지국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이동통신사 3G네트워크 트래픽 과부하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연방 정부기관에 와이파이존을 만드는 법안(와이넷법ㆍWi-Net Act)을 추진 중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미국 총무청 주도로 2013년 말까지 예산 1500만달러(약 173억원)를 들여 미국 내 9000여 개 정부기관 건물에 와이파이 기지국이 설치된다.

김욱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주임연구원은 "한국이 모바일 혁명을 이끌기 위해서는 사업자 외에 공공기관에서 와이파이를 획기적으로 늘려 무선인터넷 급증에 따른 이통사 트래픽 과부하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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