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스크를 가뿐히 넘어선 코스피가 21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16.81포인트(0.83%) 오른 2037.09를 기록한 이날 코스피를 끌어올린 주역은 다른 때와 달리 `일반 개미(개인 투자자)`들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쏟아낸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 4356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는 코스피가 2000에 오른 이후에도 지속적인 이탈을 보였던 개미들이 귀환 조짐을 보인 것이어서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날 개인투자자 순매수 규모는 북한 연평도 공격 이전인 11월 11일 이래 최고 수준이다.
그동안 북한 리스크가 터질 때마다 외국인들이 튼튼한 버팀목 노릇을 했던 것과 달리 개인 매도는 지속돼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인들은 연평도 사격 훈련을 실시한 전날 2890억원을 팔아치웠고, 연평도가 포격을 당한 11월 23일 다음날엔 무려 5718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날 외국인들은 순매수를 하며 결국 코스피 2000을 이끌어냈다. 그러자 개인들은 철저히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슈퍼 개미(큰손)들이 랩 어카운트와 유명 자문사를 통해 발 빠르게 증시에서 먹잇감을 찾아나선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반 개미들은 순매수와 순매도를 반복하며 눈치보기를 지속했다. 따라서 이날 개인 순매수 규모는 귀환을 타진하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21일 주가 전광판 앞에서 웃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6.81포인트 오른 2037.09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2064.85)에 바짝 다가섰다. <김재훈 기자>
그러나 개인투자자가 본격 귀환하기 시작했다고 단정 짓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이달 내내 15조원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작년 말 예탁금 규모는 12조원 수준인데, 그동안 개인들이 5조원 넘게 팔아치운 점을 감안하면 개인 자금 가운데 2조8000억원 정도가 이탈됐다"고 분석됐다. 특히 올해 들어 25조원가량 순유출된 펀드에서는 12월 이후에도 2조2600억원 정도가 순유출됐다. 코스피가 2000을 넘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과정에도 순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전체 금융시장 자금 흐름을 분석한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3분기 개인 자금운용은 28조5000억원 늘었지만 주식 부문은 오히려 유출액(1조7000억원)이 더 많다.
정유성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 차장은 "예금(19조원)과 보험ㆍ연금(17조원)이 늘었지만 주식 등 유가증권 부문은 유출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세중 팀장은 "일반 개미들이 되돌아오려면 2007년 역사적 고점인 2080선 이상을 넘어 안착에 대한 확신이 든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 전문가들이 내년 최고점을 2400~2700까지 예측하고 있지만 이때 일반 개미들은 자칫하면 종목에 따라 꼭지를 잡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엔 철저히 실적 장세가 될 것"이라며 "기업가치(밸류에이션)에 기초해 유망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황형규 기자/서유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많이 본 뉴스
-
1
LG유플러스, 홍범식 CEO 선임
-
2
[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비트코인 전략자산' 후속 전개에도 주목할 필요 있어
-
3
모토로라 중저가폰 또 나온다…올해만 4종 출시
-
4
내년 '생성형 AI 검색' 시대 열린다…네이버 'AI 브리핑' 포문
-
5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6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7
LG전자, 대대적 사업본부 재편…B2B 가시성과 확보 '드라이브'
-
8
역대급 흡입력 가진 블랙홀 발견됐다... “이론한계보다 40배 빨라”
-
9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
10
현대차, '아이오닉 9' 공개…“美서 80% 이상 판매 목표”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