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이상의 강소 개발사를 키워라!’
매출 100억원 이상의, 규모는 작아도 성장 잠재력이 큰 중견 게임기업 육성이 부산 게임산업 진흥 정책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올해 매출 30억여원에 고용직원 수가 40명까지 늘어난 부산의 대표적 온라인게임개발사 인티브소프트 이주원 사장은 “창업과 보육 단계를 지나 성장 단계에 들어선 부산 게임업계의 선도업체들이 탄력을 받고 더 크게 치고 나갈 수 있는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산 게임개발 열기 최고조
최근 2∼3년 새 부산 게임업계와 산업은 주목할 정도로 성장했다. 마케팅(퍼블리싱)은 물론이고 기획 및 개발력에서 ‘지역 개발사는 어렵다’고 여겨졌던 MMORPG와 FPS 등 대작 온라인게임이 개발, 서비스되고 있다.
시리즈 3편까지 이어지는 스테디셀러 모바일게임이 나왔고, e스포츠 정식 종목 채택을 노리는 게임도 있다. 전국에 ‘라이더’ 열풍을 일으킨 체감형 아케이드게임기 개발사도 부산기업이다.
최근에는 스마트 붐을 타고 스마트폰 및 스마트패드 시장을 겨냥한 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개발 성과는 해외 시장 진출과 인기로 이어졌다. 인티브소프트의 타르타로스온라인은 대만에 이어 중국 시장까지 진출했다. 파크이에스엠은 유럽에 FPS게임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 두 회사는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거둔다.
대외적으로는 G스타 부산 전시회가 2년 연속 성공적으로 개최돼 내년 G스타까지 예약된 상태다.
지난해 개소한 첨단아케이드게임지역혁신센터(AGRIC)는 산학협력을 통해 각종 체감형게임 개발을 주도하며 부산발 아케이드게임 부흥을 이끌고 있다. 또 모바일앱 개발지원센터 입체영상 문화기술 공동연구센터 등 지원 인프라가 속속 구축돼 기업지원에 나섰다.
윤태수 동서대 교수는 “부산 게임산업에 대한 대내외적인 관심과 지원 인프라 확대, 개발사 CEO 및 임직원의 열정, 여기에 업계 전반의 성장세까지 더해져 현재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장지속 불구 매출규모 아직 빈약
하지만 아직까지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개발사는 없다.
4D 체감형 게임기 맥스라이더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는 동호전자가 이미 100억원을 넘어섰지만 기기 중심의 아케이드 게임사다.
아케이드를 제외한 부산 지역의 온라인, 모바일, 콘솔 등 게임SW개발사는 40여개. 2008년까지만 해도 90% 이상이 연매출 10억원 미만이었지만 현재는 25% 정도가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20억원 이상의 기업도 10%나 된다. 극소수기는 해도 몇 개 기업은 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간 게임SW개발 분야에서 지역 소재 개발사가 매출 10억원 이상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분야에서 매출 100억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게임 자체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기업이 지닌 개발력을 대외적으로 입증하는 의미있는 수치다.
지역이 간절히 바라는 대표적인 지식집약형 고부가가치 기업은 바로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콘텐츠 기업이다. ‘게임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타깃 정책이 필요하고,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백승현 모바일로 대표는 “부산에서 10억원을 넘어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게임사에는 향후 100억원을 향해 나갈 수 있는 남다른 지원과 관심이 더 필요하다. 이 기업이 성장해 작은 기업을 이끌게 되고, 청년 고용창출과 게임도시 부산을 만드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싹 보인 지역기업에 투자 초점
기업 밀착형 내실 위주의 정책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등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행사나 외부기업 유치보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지역 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지원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수도권 게임기업을 유치하며 부산시가 제공하는 각종 특혜는 결국 지역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부산 게임개발사의 김모 대표는 “수익의 대부분을 인력 확보에 투자하는 것이 우리와 부산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비좁은 공간에서도 참고 일하는데 되레 외부 기업에 입지보조금 등 경제적 특혜를 주는 것을 보고는 회사를 옮기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고 푸념했다.
올해 들어 ‘부산 게임산업 진흥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나왔지만 여전히 지역 기업이 R&D에서 직접 자금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은 ‘부산문화콘텐츠 스타프로젝트’ 하나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권동혁 게임데이 대표는 “여기(매출과 고용 확대)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신생기업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여러 정책 덕분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기업을 더욱 탄탄하게 키울 수 있는 콘텐츠 중견기업 육성책을 함께 고민해 볼 시기”라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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