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타가 달라졌다. 경기 불황으로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최근 2년 동안 매출·영업이익 모두 ‘실속 있게’ 바뀌었다. 제품 점유율도 30%대로 사실상 1위와 함께 국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제품도 ‘비데’ 하나로 단일화해 전문 기업으로 이미지를 구축했다. 노비타 변화를 이끈 인물이 최재관 사장(53)이다. 최 사장은 “생활가전의 경쟁력은 소비자에게 주는 이미지가 절대적”이라며 “브랜드 마케팅과 소비자 접점을 크게 넓힌 게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2009년 노비타 매출은 830억원. 올해는 750억원 가량을 예상한다. 액면 그대로 따지면 매출이 오히려 줄었다. 그러나 실적을 한 꺼풀 들춰 보면 ‘180도’로 판단이 달라진다. 2009년 노비타는 통신기기와 비데가 양대 사업이었다. 당시 최 사장은 노비타 사령탑을 맡으면서 통신기기 사업 비중을 크게 줄였다. 대부분 기업이 사업 확장에 주력하지만 오히려 기존 사업을 축소한 것이다. 당시 통신사업은 전체 매줄 중에서 3분의 1 가량으로 적지 않은 규모였다.
“2009년 전체 매출 830억원 가운데 비데사업만 놓고 보면 570억원가량이었습니다. 올해 750억원을 예상하니 200억원가량 매출이 늘어난 셈입니다. 내년에는 830억원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따져 보면 비데 하나를 고집한 결과입니다. 앞으로 사업을 키운다고 해도 경쟁력을 갖춘 비데와 관련한 유관 사업 수준일 것입니다.”
노비타는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에 성공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이 가진 발 빠른 시장 대응력을 십분 활용하면서 잘할 수 있는 한 우물을 파고 최고의 제품을 선보인 결과다.
“대표를 맡으면서 늘 강조하는 게 세 가지입니다. 빨리 가자, 현실에 안주하지 말자, 그리고 중소기업도 강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기업 주도로 시장이 재편되는 분위기지만 중소기업도 분명 잘하는 시장과 분야가 있습니다.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소기업에 맞는 경영 방식이 있다고 봅니다.”
최 사장은 비데 전문기업으로 비전을 세우면서 마케팅 비중을 크게 높였다. 삼성전자에 몸 담았던 최 사장은 브랜드를 포함한 마케팅 중요성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가 대표를 맡기 전 마케팅은 항상 후순위였다. 당장 눈에 보이는 숫자가 중요했다. 이를 뒤집은 것이다.
“노비타는 원래 삼성전자에서 투자한 생산 전문 회사였습니다. 이 때문에 품질은 확보한 상황이었습니다. 품질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제품 이미지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디자인을 바꾸고 중소기업이지만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섰습니다.”
노비타는 2009년을 기점으로 제품 디자인을 확 바꾸었다. 이어 당시 전체 매출의 10%가량을 마케팅에 쏟아부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당시 새로운 대주주를 맡았던 보고펀드가 동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올해 1월에는 기업이미지(CI)까지 모두 교체했다. 경기 불황기에 모든 기업이 소극적일 때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오히려 기대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올렸다.
최 사장은 브랜드 작업과 함께 유통망도 대대적으로 점검했다. 노비타 제품을 주력으로 취급하는 메인 대리점 수를 17개에서 22개까지 확대했다.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늘리고 노출 빈도를 확대하는 부수 효과를 노린 것이다. 대신에 본사 조직은 단순화해 현장에서 의사결정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1996년 비데를 처음 생산한 노비타는 내년 비데 개발만 15년을 맞는다. 올해 국내를 평정한 노비타는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중국을 해외 첫 성공모델로 꼽고 있다. 이미 일본 도시바에 제품을 공급해 6주 연속 판매 1위라는 성과를 올리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국내 소비자도 만족해 중국도 자신하고 있다. 최 사장은 “내년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원년”이라며 “세계 무대에서 전문 기업으로 새로운 성공신화를 만들고 싶다”고 힘 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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