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 마당에 닭의 배설물을 파묻고 비닐을 씌워 놓으면 배설물이 썩으면서 나온 가스가 모인다. 이 가스를 관으로 연결해 부엌에서 밥을 짓는 데 사용한다. 소나 돼지의 배설물도 똑같은 방법으로 활용한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1980년대 초 ‘바이오에너지’란 이름으로 전개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은 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김형진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지금 시각으로 보면 상당히 원시적”이라고 말했다.
1980년 에너지관리공단 출범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추진됐지만 당시는 ‘석유를 대체해야 한다’는 의욕만 앞섰지 구체적인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신재생에너지란 말 대신 대체에너지란 용어를 사용했고, 에너지원도 바이오에너지와 태양열 두 가지가 전부였다.
관련법도 없던 ‘대체에너지’ 관련 사업은 1987년 대체에너지 촉진법이 마련되면서 비로소 법적 지위를 얻게 됐다. 이듬해에는 에너지관리공단에 대체에너지 업무부서가 마련됐다.
연구개발에 치중하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2003년 12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 개정되면서 대체에너지란 용어가 신재생에너지로 바뀌고, 2005년 에너지관리공단 부설기관으로 신재생에너지센터가 만들어지면서 보급 확산으로 급선회하게 된다.
두 개에 불과하던 신재생에너지원도 태양광·풍력·소수력·연료전지 등 11가지로 대폭 늘었고,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설비 설치의무화,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 신재생에너지보급 보조사업 등 지원 사업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크게 확대됐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보급 사업이 본격화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동안 기업체 수는 3.6배, 고용인원은 13배, 매출액은 29배, 수출액은 31배나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보급이 늘어난 만큼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한 것이다.
김형진 소장은 “보급 초창기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며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구걸하다시피 사정해야 겨우 못 이기는 척 신재생 설비를 깔곤 하던 생각이 난다”고 어려운 시절을 돌아봤다.
설립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연구를 시작하고 2000년대 중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 나서는 등 지난 30여 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 에너지관리공단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초연구와 보급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고 더욱 넓은 시장을 겨냥하고 나선 것. 마침 지난 10월 정부가 2015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해 세계 5대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비전도 제시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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