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북한의 슈퍼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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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지금 슈퍼컴퓨터 개발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그 명예의 정상에 어제는 미국이, 오늘은 중국이 올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순위가 서로 바뀐다. 현재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는 중국 톈진 국립슈퍼컴퓨터센터에 있다. 처리속도가 2.57페타플롭스(PF:1PF는 1초당 1000조번의 연산처리 가능)에 달한다. 한국은 11월 15일 현재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리스트에 기상청의 크레이 기종 2대와, KISTI 슈퍼컴퓨팅센터의 선 블레이드 기종이 등재, 세계 IT강국의 체면을 다소나마 지켰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슈퍼컴퓨터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슈퍼컴퓨터가 단순한 최첨단 계산수단일 뿐만 아니라, 수치계산을 통해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수치일기예보와 자동차 및 항공기설계 등에서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엄청난 위험성과 국제 여론 때문에 여간해 수행하기 힘든 지하 핵폭발 실험도 컴퓨터시뮬레이션으로 대치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슈퍼컴퓨터의 활용 영역은 점점 늘고 있다.

 주민들의 생계유지조차 못하는 세계의 빈국 북한도 1995년부터 고성능 슈퍼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국가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북한은 앞서 1979년에 세계 10위권의 미니컴퓨터 개발국 반열에 들기도 했다. 이후 북한은 미국과 서방이 독점한 극초대규모집적회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1980년 이후 극심한 경제침체가 계속되면서 미니컴퓨터시대 이후로는 컴퓨터 하드웨어 개발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하지만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가지려는 북한의 야망은 슈퍼컴퓨터 개발에 달라붙게 하였다. 북한은 1997년경, 고전 끝에 국산 슈퍼미니컴퓨터를 만들었다. ‘봉화’라는 명칭을 가진 북한 슈퍼미니컴퓨터는 슈퍼컴퓨터의 소형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계산 능력은 슈퍼컴퓨터에 버금간다. 초기에는 현재의 개인용 컴퓨터 정도의 연산능력밖에 없었으나, 그 후 기술이 발달하여 슈퍼컴퓨터와 거의 맞먹는 연산능력을 갖춘 것도 있다.

 북한이 조기에 슈퍼미니컴퓨터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조총련 과학자들의 도움이 컸다. 조선대학교의 과학자들은 일본의 슈퍼컴퓨터 개발 관련 특허기술 자료를 가지고 북한에 직접 들어가 국가과학원 전자계산기연구소, 조선컴퓨터센터의 과학자들과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했고, 조총련 상공인들은 막대한 돈을 지원했다. 북한이 처음으로 만든 슈퍼미니컴퓨터는 클러스터방식으로 24대의 마이크로컴퓨터를 병렬로 묶었고, 파이프라인 고속 연산구조를 실현하여 연산속도를 600기가플롭스까지 올렸다. 이미 ‘백두산-102’미니 컴퓨터를 개발하면서 보유하였던 운용체계 기술을 활용하여 유닉스 운용체계를 탑재하였다. 비록 북한이 만든 슈퍼미니컴퓨터는 성능 면에서는 초고성능 마이크로 컴퓨터 정도였지만 일단 예산이 확보되면 슈퍼미니컴퓨터를 넘어서는 진짜 슈퍼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 북한이 연속해서 실시하고 있는 두 차례의 핵실험과 ICBM 발사 실적도 슈퍼컴퓨터 개발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도 슈퍼컴퓨터 개발에 진력을 다해야 할 때다.

 정부는 이제라도 슈퍼컴퓨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극초대규모 기술의 정상에 서 있는 모든 능력을 동원해 향후 국가경쟁력을 판가름할 슈퍼컴퓨터 개발 정상에 하루빨리 올라서야 한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romeo4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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