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지하철 5·6·7·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08년부터 ‘창의조직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한 경영혁신에 들어갔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일하는 방식을 사용자(고객) 중심으로 바꾸고, 시·공간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운영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정보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이러한 IT 기반의 혁신 프로젝트를 통틀어 ‘스마트 뉴로(SMART NEURO)’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 과제들을 진두지휘할 정보화기획단을 지난 7월 발족했다.
이종계 정보화기획단 단장은 “그동안 공사는 설립할 때 만든 정보시스템을 지금까지 계속 사용해 왔다”며 “창의조직으로 전환을 선포한 이후 조직은 물론이고 각종 운영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IT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시스템, 우리가 개발”=서울도시철도공사는 창의조직 만들기 프로그램 선포 이후 공사에 필요한 모든 정보시스템은 직접 개발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시스템 개발을 위한 툴이나 일부 솔루션은 구입하지만 핵심 정보시스템 개발은 외부에 맡기지 않고 직접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IT기획팀, 전산개발팀, 기술분석팀을 합쳐 정보화기획단도 새롭게 신설했다. 이종계 단장은 통합된 정보화기획단을 기획팀과 개발1, 2, 3, 4팀의 총 5개 부분으로 나눴다. 조직 개편만 보더라도 자체 개발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이 단장은 “지금까지 내부에서 직접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다 보니 유지보수를 하거나 시스템을 추가 개발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특히 비용도 문제지만 시스템 장애 시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컸다”고 토로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는 자체 개발을 늘리고 이를 통해 IT 역량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스마트폰 하나로 지하철의 각종 시설을 실시간 점검할 수 있는 ‘STnF’ 시스템을 선보였다. 스마트 뉴로 프로젝트의 첫 번째 사업이라 할 수 있다. ‘STnF’ 시스템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시설물 유지관리시스템인 ‘UTIMS’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재개발한 것이다. KT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시설물의 고장신고부터 현장조치, 결과입력은 물론이고 이력조회와 분석을 통한 향후 예방점검 계획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업무 처리 속도가 기존보다 배 이상 빨라졌고, 조기 예방점검으로 지하철 고장률을 40%나 줄였다.
이 단장은 “전체 직원 가운데 80%가 서울시내 148개역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 환경 구축이 가장 시급했다”며 “6500여명의 전 직원에게 쇼옴니아폰을 지급해 어떤 직원이라도 시설물 점검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STnF’ 시스템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중국 등지에서 벤치마킹하러 왔을 정도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향후 ‘STnF’ 시스템을 포함한 스마트 뉴로 전체 시스템을 상용화해 해외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스마트 뉴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 구축에도 나섰다. 물론 자체 개발이다. 기존 클라이언트서버 기반으로 구축한 경영정보시스템(MIS)을 웹 기반으로 전환하면서 서울도시철도공사만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ERP시스템으로 확대 구축하고 있다. 적용 분야는 △역업무관리시스템 △전동차관리시스템 △운전관리시스템 △자재관리시스템의 네 가지다.
이 단장은 “향후 유지보수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전자정부의 표준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구축하고 있으며, 시스템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자바 기반으로 구축하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시스템 구축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3월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내년에 그룹웨어를 재구축할 계획이다. 그동안 IBM의 ‘로터스 노츠’와 ‘로터스 도미노’를 기반으로 그룹웨어 시스템을 운영해 왔지만 유지보수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다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전체 직원 10%를 IT인력으로=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 운영기관 가운데 최초로 국산 전동차 제작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전동차 제작에 필요한 각종 정보시스템 개발도 정보화기획단에서 하고 있다. 이미 전동차 개발 단계부터 현업 부서에 20여명을 투입해 지원하고 있으며, 정보화기획단에서도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 단장은 “과거의 전동차는 기관사 중심으로 통제되고 운행됐지만 앞으로는 중앙관제센터에서 전동차의 성능이나 승객 상황, 각종 냉난방 상태 등을 통합 관리하게 된다”고 밝혔다. 즉, 사람(기관사)이 아닌 정보시스템이 전동차 운영의 핵심 요소인 만큼 앞으로 정보화기획단에서 개발하는 각종 운영 SW가 전동차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이 단장은 공사의 IT전략이 자체 개발 위주로 바뀐 만큼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 무엇보다 신경쓰고 있다. 직원들을 각종 IT 관련 교육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직접 개발한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발표한 개발 정보를 전 부서가 공유하게 해 필요한 부서에서는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개발 표준화팀을 만들어 개발 내용과 방향성을 수시로 점검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특히 기술본부장이 정기적으로 고객 입장에서 멘토링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내부적으로 Q&A게시판을 만들어 개발 과정의 이슈 사항과 최신 기술 동향을 공유하도록 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향후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650명 정도를 교육시켜 IT 관련 부서로 순환 배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는 경영층의 강력한 의지기도 하다. 올해는 120명을 선발해 정보화기획단에 배치했다.
◆이종계 단장=서울시립대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서울메트로에 입사했다. 1995년 서울도시철도공사로 옮겨와 시스템분석팀장, 기술분석팀장, IT기획팀장을 거쳤다. 올해 정보화기획단으로 조직이 확대되면서 7월 1일부터 정보화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