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경영자는 ‘좋은 회사’를 꿈꾼다. 김병관 웹젠 사장(37)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좋은’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김 사장이 생각하는 ‘좋은’의 뜻은 ‘꾸준히 성장하는’이다. 웹젠 인수와 NHN게임스 합병도 궁극적으로는 꾸준한 성장을 위한 선택이다.
NHN게임스와 웹젠이 합병을 완료하고, 통합 웹젠으로 거듭난 지 4개월 여가 지났다. 합병 충격은 없었지만, 합병 효과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김 사장이 생각하는 ‘좋은 회사’가 되면 합병 시너지와 실적은 따라오게 마련이다.
최근엔 첫 번째 실적발표도 했다.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65% 증가한 112억4000만원, 영업이익은 28% 증가한 1억8000만원이었다. 무난한 성적표였다.
김병관 사장은 “개인적으로 좋은 회사는 계속 성장하는 회사라고 생각한다”며 “회사가 성장해야 직원들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경영을 하는 사람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번에 확 성장하고, 그 후 한동안 멈춰있는 기업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어떤 회사도 꾸준한 성장은 쉽지 않다. 특히 온라인게임 분야에서는 좋은 작품을 계속 내놓기란 어렵다. 그 게임들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김 사장은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지속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사람을 꼽았다. 온라인게임 시장의 인력이동이 잦은데, 김 사장은 웹젠 직원들이 오래 함께 일하면서 꾸준히 노하우를 축적하는 회사가 되길 지향한다.
김 사장은 “온라인게임 산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인력이동이 너무 잦다는 것”이라며 “한 회사에 기술이나 노하우가 축적되기 쉽지 않고, 그래서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는다”고 지적했다.
웹젠을 인수하고 합병한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작은 게임회사들의 인력이 자주 이동하는 것이 일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얼마 없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해서다.
김 사장은 “작은 회사는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몇 개 되지 않아, 개발인력들이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른 프로젝트를 찾아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며 “규모를 키워야 새로운 것을 회사 내에서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수와 합병이라는 일련의 과정은 새로운 것을 찾는 직원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회사, 그리고 그 속에서 시너지를 내고 좀 더 성장하는 회사가 되길 바라면서 추진한 것이다.
현재 웹젠은 10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매년 적어도 1개 이상의 게임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NHN게임스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은 ‘C9’을 선보였고, 통합 후에는 지난 11일 ‘배터리온라인’을 오픈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내년에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총괄 개발자인 마크 컨이 설립한 레드5스튜디오가 개발하는 ‘파이어폴’을 출시하고, 이후에도 매년 지속적으로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예상대로 게임들이 출시되면 목표로 하는 꾸준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직원들에게 목표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대신 직원들 스스로 목표를 가지고 일할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힘쓰고 있다. 김 사장은 “회사 대표가 목표를 만들고 따라오라고 하는 대신 직원들에게 스스로의 목표를 만들라고 하고, 이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직원들이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김 사장의 경영 스타일인 셈이다. 그는 “제조업에서는 한 시간 더 공장을 가동하면 생산량이 늘겠지만, 창의성이 필요한 게임 업종은 한 시간 더 일한다고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웹젠 사장으로서 직원들이 목표를 만들도록 하고, 직원들의 막힌 부분을 풀어주고, 그들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 배치해주는 일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김병관 웹젠 사장 약력
전 NHN 게임사업본부 본부장
전 NHN게임스 대표이사
현 웹젠 CEO
<학력>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한국과학기술원 산업경영학과 석사 졸업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