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 업계, 효율관리제도에 대한 시각차를 좁혀라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절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효율향상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손꼽히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 고효율에너지기자재인증제도, 대기전력저감프로그램 등 3개의 제도를 통해 일찍이 가전제품 및 설비 부문의 효율관리를 진행해 왔다. 효율관리 3대 프로그램은 제조업체에는 제품의 효율향상을 위한 본격적인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소비자에게는 효율이 높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으로 자리 잡아 왔다. 정부가 제도의 틀을 제공하면 제조업체는 제품의 효율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소비자는 효율이 높은 제품을 구매하는 구조가 이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상황이다.

효율관리제도는 제도를 운영하는 정부와 제도의 대상이 되는 제조 업계와 소비자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정부대로, 업계는 업계대로 서로가 원하는 제도의 운영방향은 사뭇 다르다.

기본적으로 규제 성격을 지니고 있는 효율관리제도를 두고 정부는 보다 강력한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반면 업계는 채찍보다는 당근을 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는 단순히 제품의 효율을 등급별로 구분해 라벨링하는 것과 동시에 5등급 미만의 제품은 시장에서 유통될 수 없도록 하는 최저효율제가 융합된 형태다.

효율관리제도의 운용 상황을 보면 에너지다소비 제품에 대한 세금 부과(개별소비세) 등의 규제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업계는 이를 두고 미국·일본·중국 등 국가에서는 고효율제품을 구매할 때 정부가 해당제품 구입비용의 일부를 예산으로 일부 지원해주는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반해 국내 정책은 규제 위주로 펼쳐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또한 효율등급제도의 운용규정이 너무 자주 바뀌고, 충분한 의견 수렴과 기간을 두고 만들어지지 않으며 기업들이 기술적인 준비 등을 할 시차를 두지 않고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고효율에너지기자재인증제도의 적용 대상이던 제품이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 대상 품목으로 전환될 경우 정부와 업계가 대립각을 세워온 모습은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정부가 고효율에너지기자재인증제도 대상 제품을 지정하면 해당제품은 조달시장에서 우대를 받게 되는데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로 넘어가면 이러한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시장에서의 보급정도와 제품의 특성을 파악해 제도를 시행하지만 업계는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과거 콘덴싱보일러와 일반 보일러의 효율 기준을 일원화할 당시나 고효율기자재로 지정돼 있는 전기히트펌프(EHP)를 정부가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 대상 제품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히자 업계가 반발하고 나선 최근의 사례 모두 같은 맥락이다.

정부와 업계가 이 같은 충돌을 되풀이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효율관리제도의 운영을 보면 일반적으로 고효율에너지기자재인증제도, 대기전력저감프로그램의 대상 제품이 최종적으로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의 적용을 받는 경우가 많다. 고효율제품의 초기 시장을 열어주고 난 뒤 어느 정도 보급이 확대됐다고 판단하면 해당 제품을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의 적용을 받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제품마다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 대상이 되는 시기가 다르고 일정한 기준이 없어 효율관리제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부는 제품마다 에너지사용량과 경제적 가치, 보급정도가 상이하기 때문에 공통적인 기준으로 효율관리제도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업계가 모두 만족할 만할 효율관리제도가 운영되려면 무엇보다 양자가 정기적인 대화채널을 갖고 충분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효율관리제도의 운영 상황을 보면 법의 개정이나 운용규정이 바뀔 때 공청회를 통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충분치 않다는 설명이다.

유럽의 경우 최근 실시하기 시작한 에너지사용기재재관리제도(EUP)의 도입까지 정부와 업계가 약 5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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