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머리보다 용의 꼬리가 낫다. 남들보다 일찍 승진하고 인간미 있는 곳이라는 말에 혹해서 작은 회사에 들어왔다. 회사 히스토리에 한 획을 긋고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기분에 취해서 새우잠 자며 사장과 밤을 세웠다. 하지만 규모의 싸움에서 열정은 한줌이다. 공룡들의 싸움에 개미는 끼어드는 게 아니었다. 역시 사람은 뭐니뭐니 해도 서울로 보내야 하고 회사는 큰 회사로 가야 한다. 부모님 어깨에 힘 좀 주시게 대기업 시험이라도 다시 봐야겠다.
어지러움증을 달래지만 변비를 유발하는 철분제처럼 일장(一張)이 있으면 일단(一〃)이 있다.
급여가 매력적이면 일이 재미없고 일이 내 적성에 맞으면 동료가 형편없을지 모른다. 모든 것이 고루 갖추어진 직장은 나를 원치 않고 무언가 빈 틈새가 있으면 내가 결정하기 힘들어진다. 또 모든 것이 고루 갖추어진 회사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기업도 실적에 따라 어제까지 있었던 부서가 예고없이 통채로 없어지기도 한다. 회사가 작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요즘 세상이 그런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어떠한 희생에도 양보할 수 없는 나만의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내가 직장생활에서 반드시 포기할 수 없는 것과 그것을 위해 양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따져보자. 순종적인 스타일은 개척하는 곳에 가면 멀미 나고, 도전적인 스타일은 체계적인 곳에 가면 갑갑하다. 나라는 사람이 가장 끝까지 견뎌낼 수 있는 환경이 어느쪽인지를 곰곰히 생각해보자. 성취가 중요한지 안정이 중요한지, 이상이 중요한지 현실이 중요한지 치열하게 자기와 대화해야 한다. ‘막상 잃어보니까 그게 소중했더군’이라는 깨달음은 뒷북이다. 부모님은 잠깐 어깨에 힘 주는 것보다 오래토록 내 자식이 행복하기 바란다. 자랑삼아 다닐 회사를 찾지 말고 일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회사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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