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중소기업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시사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다. 경쟁사에 기술을 빼앗기고 협력업체와는 거래마저 중단돼 도산위기에 놓인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절박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방송 내내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기술유출 문제는 몇몇 중소기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중소기업청이 작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R&D를 통해 독자적인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 가운데 최근 3년간 기술유출 피해 경험이 있는 업체가 14.7%에 달한다. 이들 업체당 평균 피해금액은 18억원이며, 중소기업계가 기술유출로 입은 피해는 같은 기간 4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기술은 중소기업의 핵심경쟁력이다.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모든 노력을 쏟아 붓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한 기술을 지키는 것에도 투자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작 기술유출 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중소기업이 의외로 많다. 올해 5월 중소기업청이 벤처기업과 수출기업의 현장을 방문하여 진단해보니 이들 기업의 88.8%가 외부 유출시 피해가 예상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59.4%가 자체 보안규정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관리 규정을 만들고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해당 연구원과 소수 임원만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는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기술유출 자체를 막을 수 있고, 혹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관련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이 기술을 다른 회사로 빼돌렸다 하더라도 그 자료가 아무나 볼 수 있는 자료라면 법적으로 이를 처벌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 스스로 보호하려는 기술만이 사회적으로도 보호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은 다양하다.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의한 보호는 물론이고 기술임치제도를 통해서는 회사가 비밀로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자료의 법적 증명을 도와주고 있다. 기술보호 상담센터를 통해서는 기술유출 가능성을 사전 진단하거나 문제 발생시에는 변호사·변리사 상담을 주선하고 있다.
상담센터의 경우 작년도 한 달 평균 10여건에 불과하던 상담실적이 금년들어 30여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중소기업청이 경찰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수사가 필요한 사안들을 특별 지원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상담요청이 더욱 늘었다. 기술유출 문제에 대한 중소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내년부터는 사이버 테러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전산망을 보호하는 관제사업을 실시하고,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의 보안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함부로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고 기술탈취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정부의 중소기업 기술보호 사업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한 번의 대형사고가 있기 위해서는 이미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 주변에서는 300번의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는 말이다. 매사가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중소기업은 기술유출에 관하여 개발 초기단계부터 꼼꼼히 살펴보고 지금부터라도 적극 대처해야 할 일이다.
김동선 중기청장 xiwang@smb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