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동차 환경규제 면제 유럽 · 일본차까지 `일파만파`

정부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해 양보한 자동차 환경규제 면제 조항 덕에 유럽·일본 등 다른 국가의 수입차에도 환경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기 곤란한 처지가 됐다. 특히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비해 강화한 환경 규정도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12년부터 강화된 환경 규정을 적용한다. 국내에 판매되는 자동차는 연비 17㎞/ℓ 이상, 이산화탄소배출량 140g/㎞ 이하 중 한 가지를 택해 준수해야 한다. 내년부터 적용이 시작돼 2015년까지 100% 적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미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에 대해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가 나올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법령이 유명무실해졌다. 환경부는 현재 자동차 환경규제 적용범위를 두고 우리나라에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는 국가들과 따로 조율하고 있다. 이번 미국과의 협상 내용에서 예외조항을 둘 경우 유럽 등 이미 FTA를 체결한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

유럽의 메이저 자동차 제작사들은 우리 정부에 환경규제 적용 면제 기준인 판매대수 1만대 이하를 2만대 이하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판매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수입차 판매량은 약 6만2000대고 한 제조업체가 2만대를 넘게 판매한 경우는 한 곳도 없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환경규제 기준이 자국보다 높기 때문에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다면, 유럽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 강한 환경규제 기준을 통과한 제작사들이기 때문에 굳이 이중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내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 제작사의 환경규제 면제 방침이 다른 국가들에까지 파급 적용될 여지는 없으나, 적용범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요구하는 사항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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