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기술유출]기술임치사업 인기

기술 중소기업의 가장 큰 우려는 대기업의 기술 탈취다. 어렵게 개발한 핵심 기술을 대기업이 빼가기라도 하면 금세 사세가 기운다. 특허로 내놓아도 대기업은 금방 모방 특허를 내놓고 시장을 빼앗아간다.

이 때문에 기술 중소기업 사이에선 중소기업청의 기술자료임치사업이 인기다. 대·중소협력재단 내 기술자료임치센터의 금고에 기술개요를 담은 CD 파일이나 USB를 보관하면 기술 탈취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금고 보관실은 총 5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문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금고를 열 때도 대·중소협력재단에 분산 안치된 2개의 열쇠를 동시에 꽂아야만 열 수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지식재산권 분쟁이 생겼을 때 효과적이다. 기술이 유출돼 대기업으로 넘어가더라도 임치센터에 먼저 맡겨진 기록이 있으면 대기업이 자신에게 지식재산권이 있다고 주장할 때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보관 수수료도 신규는 1년에 30만원, 이후 1년 갱신 때마다 15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8년 210개로 출발한 금고 수는 현재 400개에 이른다. 중기청은 수요가 급증하고 중소기업 기술보호 효과가 두드러지자 내년에는 금고를 3000개까지 늘리는 계획을 마련했다.

대기업이 기술을 빼앗아가지 못하도록 막는데 이만큼 좋은 사업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기청의 이 같은 계획도 예산 부족에 발목이 잡힐 판이다. 3000개까지 금고를 확충하려면 내년 15억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현재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에는 3분의 1인 5억원만 반영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임치센터 금고는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거의 유일한 보호막”이라며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