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정부는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안의 핵심은 중소기업 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권을 부여하고 당초 계약한 납품대금을 감액할 경우에는 원사업자가 감액의 정당성을 입증하도록 했다. 또, 하도급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에는 반드시 서면으로 요청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이나 정치권 반응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 중소 업계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납품단가 문제와 기술탈취 · 유용 등에 대한 대책이 현실과 상당부분 괴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대책은 국회에서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정부 안과는 별도로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대기업하도급구조개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현의원은 지난 10월 29일, 원 · 재료 가격 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신청은 물론이고 협상권까지 중소기업협동조합에 위임할 수 있게 하고, 원사업자에 의한 기술탈취 · 유용 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그 손해의 3배까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정부안에 비해 훨씬 강력한 제재수단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1월 3일 국회에서는 입법공청회도 열렸다. 중소기업, 대기업, 공정위의 시각차는 여전했고 뜨거운 논쟁은 이어졌다. 전경련에서는 한국경제에 독극물을 풀어 놓는 격이라며 격앙된 반응이었다.
사실, 원사업자에 의한 기술탈취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특허심판 청구로 시간을 끌거나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경우 중소기업이 대기업 등을 상대로 대응하기에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해당 중소기업은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납품단가 조정문제와 중소기업 기술탈취 · 유용행위는 공정거래와 대 · 중소기업 상생 및 동반성장을 위한 핵심 어젠다다. 부품 · 소재 산업의 대일 무역적자액이 연간 200억달러에 달하고 있는 현실을 보자. 부품 · 소재 산업의 품질향상과 원가 경쟁력은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측면에서 중소기업의 핵심기술 보호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상식이고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라 하겠다.
상생협력은 일방적인 혜택이 아니라 대 · 중소기업이 서로의 이익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것이며 우리나라 경제가 질적 · 양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원동력이다. 산업현장과 현행법의 괴리가 무엇인지를 심도있게 분석해 상생의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하도급법 개정안의 국회 논의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 하겠다.
박상진 객원논설위원 forsj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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