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빅3 매출 신기록 행진

제법 차가운 바람에 행인들이 옷깃을 여민 9일 오후 1시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평소 같으면 손님 발길이 뜸한 평일 낮시간이지만 2층 모피 브랜드 매장에는 10명 가까운 여성 고객이 눈에 띄었다. 수백만 원짜리 모피를 만져보고 입어보느라 부산한 모습이다.

주부 서 모씨(52ㆍ서울 석관동)는 한참을 살펴보더니 마침내 마음에 드는 모피를 골랐다. 구매가격은 320만원.

서씨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두꺼운 옷이 필요하던 참에 마침 백화점에서 상품권도 주고 순금 경품행사도 한다고 해서 발걸음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근화모피 매장 서만옥 매니저는 "브랜드들의 할인행사와 백화점의 사은행사가 겹쳐 지난주 말은 그 전주 말보다 두 배 이상 매출이 나왔다"고 귀띔했다.

이 백화점에 입점한 남성정장 브랜드 캠브리지멤버스의 이선희 매니저는 "100만원대 고가 아우터(외투)는 통상 주말 기준으로 하루 3~4벌씩 팔리지만 지난주 말에는 하루에 10벌 이상씩 팔려나갔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추위가 찾아오면서 고객들의 씀씀이가 크게 늘어나자 백화점들이 들썩이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은 지난 1~7일 일주일간 매출이 올해 들어 주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롯데백화점은 이 기간에 지난해 동기(11월 2~8일)보다 29.7% 많은 2750억원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새로 문을 연 점포를 뺀 기존 점포 기준으로도 18.0% 매출이 늘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이 기간에 전점 기준으로 매출이 각각 24.0%와 28.2% 늘어났다.

하루 매출 기준으로 최고 기록이 이어졌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5일 하루 동안 670억원의 매출을 올려 기존 최고 기록인 올해 10월 17일(642억원)보다 4.3% 늘어났다. 신세계백화점은 5일에 이어 6일과 7일 사흘 연속 사상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이 같은 백화점 업계 호황은 날씨 등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추위가 위력을 발휘했다. 이달 들어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자 모피, 패딩, 점퍼, 코트, 아웃도어 등 상대적으로 값비싼 겨울옷이 대거 팔려나갔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모피 매출이 154%나 늘었고, 롯데백화점에서 아웃도어 매출이 68%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겨울 의류는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품절된 것들도 나오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겨울 교복`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노스페이스 `눕스 다운`은 출시 두 달 만에 여성용은 다 팔려나갔고, 남성용도 일부만 남아 있다.

남은 제품이라도 구하기 위해 매장에는 구입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도 `다운 발키리`가 모두 팔려나가자 2만5000만장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사은ㆍ경품행사도 한몫했다. 지난 5일부터 주요 백화점이 창사 또는 개점 기념으로 세계일주여행(현대백화점), 순금 800돈(신세계백화점) 등 고가 경품을 내걸면서 고객을 끌어모았다는 분석이다.

경제 성장에 힘입어 중국인 쇼핑객이 갈수록 증가하고 일본인 고객이 꾸준히 유입되는 점도 백화점 매출 성장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증시 활황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스피가 연중 최고점을 찍으며 1950에 바짝 다가서는 등 활황세를 이어가자 주식투자를 해온 백화점 고객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듯 지난 1~7일 백화점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어났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관계자는 "최근 들어 VIP 고객 백화점 방문 횟수가 늘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좋아져 여유가 많이 생겼다는 고객들이 제법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백화점 업계는 이런 분위기가 적어도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 정승인 상무는 "최근 주식시장 활황과 일찍 찾아온 추위 등 외부 요인에다 백화점들이 준비한 대형 행사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며 "특별한 외부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런 추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진성기 기자/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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