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 SK텔레콤 KT 등 이동통신사가 태블릿PC(이하 태블릿)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국내에도 태블릿 대전이 시작됐다.
태블릿은 키보드 대신 화면에 손이나 펜으로 입력하며, 스마트폰과 PC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작고 가벼워 이동성이 좋은 넷북이나 노트북의 장점을 대부분 포함하면서 터치 방식이라는 차별성을 띤다.
삼성전자는 국내용 `갤럭시탭(Galaxy Tab)`을 지난 4일 공개했다. KT는 애플 `아이패드`를 이달 말께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내년 1분기 태블릿 전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인 `허니콤(Honeycomb)`을 장착한 8.9인치 태블릿을 내놓기 위해 막바지 개발, 검수 작업을 거치고 있다. 팬택과 코원은 스마트폰과 PMP(포터블멀티미디어플레이어)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태블릿 시장이 성숙되면 바로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도 앞다퉈 태블릿 신제품을 내고 있다. 선발주자인 아이패드가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HP, 리서치인모션(RIMㆍ림), 시스코 등은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아이패드(9.7인치)보다 줄여 △휴대성을 높이거나 △기업용(모바일 오피스)에 특화하는 등 차별화 포인트를 찾고 있다.
HP는 지난달 22일 8.9인치 태블릿 `슬레이트 500(Slate 500)`을 공개했다. 윈도7 프로페셔널 OS를 기반으로 한다. 모바일 오피스에 특화돼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2010을 탑재했으며, 입력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스타일러스펜을 장착했다. 특히 카메라가 앞뒤로 두 개가 달려 있다. 후면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 촬영용이며 전면 카메라를 사용하면 기업용 영상회의(비디오콘퍼런싱)에 유용하다.
림이 지난달 27일 선보인 7인치 태블릿 `플레이북(Playbook)`도 기업용에 최적화됐다. 플레이북은 블랙베리폰과 연계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도록 설계됐으며, 테더링 기능으로 3G(3세대) 네트워크를 사용해 인터넷 검색이나 이메일 확인이 가능하다.
시스코가 지난 6월 발표한 7인치(520g) 크기 태블릿 `시어스`도 기업용이다. 시스코 시어스는 영상회의(텔레프레즌스)와도 서로 연동 가능하고 실시간 비디오, 전자우편 등 모바일 협업에 초점을 맞췄다. 태블릿의 두뇌 구실을 하는 CPU(중앙처리장치)도 싱글코어에서 더블코어로 점차 발전하는 추세다. 아이패드는 1㎓(기가헤르츠)의 애플 A4칩을 쓰고 있고 갤럭시탭도 1㎓의 코어텍스 A8을 탑재했다. 내년 이후 실제 판매에 들어갈 림의 플레이북은 1㎓ 듀얼코어 코어텍스 A9를, HP의 슬레이트 500은 1.6㎓ 인텔 아톰 플랫폼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태블릿 경쟁은 `크기`로 수렴하는 추세다. 특히 7인치와 9인치를 둘러싼 대리전이 치열하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와 짐 발실리 림 공동 CEO의 설전이 대표적이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달 림의 플레이북, 삼성의 갤럭시탭 등 7인치 태블릿에 대해 "도착 즉시 사망할 것(Dead On Arrival)"이라는 노골적인 표현을 썼다.
이에 대해 발실리는 즉각 반격에 나서 "애플이 왜곡하는 세상(Distortion Field) 바깥에 살고 있는 우리는 7인치 태블릿PC가 시장에서 커다란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서 7인치를 옹호했다.
LG전자와 HP는 8.9인치를 선택했다. LG전자는 내년 하반기 전략 태블릿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크기를 8.9인치로 정했다. 7인치가 휴대성 측면에서는 뛰어나지만 PC와 유사한 태블릿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9.7인치 이상 스크린은 한손에 올려놓고 사용하기에는 무거워 휴대성이 약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태블릿 시장은 올 하반기를 거쳐 내년에 본격적인 성장가도를 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2년 글로벌 태블릿 시장 규모가 1억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올해 태블릿 시장이 1950만대에 달하고 내년에는 5480만대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2012년 1억340만대로 처음 1억대를 돌파한 후 2013년에는 1억542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캐롤리나 밀라네시 가트너 부사장은 "태블릿은 모든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는 올인원(All-in-one)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e북, 게임기, 미디어 플레이어 등 기타 가전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면서 "향후 2년간 태블릿 평균 판매가격(ASP)이 3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특히 넷북이 가장 많이 위협받게 된다"고 전했다.
미국 투자기관인 캐너코드 제누이티는 아이패드가 내년에도 50% 이상 점유율로 독주하는 가운데 갤럭시탭과 플레이북 등이 각각 600만대와 500만대가량으로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이통사들도 각각 태블릿 판매 목표치를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신규 가입자 기준 태블릿 시장 규모를 올해 20만대, 내년 100만대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SK텔레콤이 50~60%가량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중소기업 엔스퍼트와 손잡고 7인치 국산 최초 태블릿 `아이덴티티탭`을 선보인 바 있는 KT는 "내년까지 태블릿 누적 가입자 100만명을 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매출 1조1200억원을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국내 태블릿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가능성에 대비해 이통사들은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확충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스마트폰 통화 끊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태블릿까지 가세하면 네트워크 오버로드(과부하)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황시영 기자 @shinyandlo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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