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스마트그리드라는 용어는 요즘 꽤나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장황한 설명은 어려워도 전력과 통신의 결합으로 구현하는 ‘똑똑한 통신망’이라는 정의를 아는 사람도 이제는 적지 않다.
스마트그리드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국민들이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아직 스마트그리드의 ‘실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제주도 실증단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코리아 스마트그리드위크(KSGW)의 셋째날인 10일에 열리는 행사에서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유럽·일본·호주 등 스마트그리드 선도국가들의 실증사업을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실증단지 통해 스마트그리드 사업 활발히 추진=세계 여러 국가들은 녹색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의 기본 구조가 바뀌는 사업이라는 특성상 신속한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각국은 실증단지 구성을 바탕으로 점차 큰 그림을 바꿔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한 지역을 실증단지로 지정해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종합·집중적으로 진행하는 형태 뿐 아니라, 각자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실증단지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에너지부(DOE)의 큰 틀 아래에서 각 주들의 특성에 맞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일본도 여러 지역에서 특화된 다양한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있다.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실증단지를 바탕으로 기술을 높여 보다 편리하고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관련 산업 부흥과 수출 확대를 도모한다는 목표에는 큰 차이가 없다.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국내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사업은 제주도 구좌읍 일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차 연도 사업이 시작돼 올해 5월에 마무리 됐으며, 현재 2차 연도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실증단지의 목표는 세계 최대의 스마트그리드 도시를 조성함과 동시에 기술 및 비즈니스모델 개발에 힘써 수출까지 도모하는 것이다.
실증단지는 스마트 파워그리드·스마트 플레이스·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스마트 리뉴어블·스마트 일렉트릭시티 서비스 등 5개 분야로 나뉘어 있다. 각각의 분야에 한국전력·KT·SK텔레콤·현대중공업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여러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전은 이곳에서의 성과를 통해 국제 스마트그리드 표준을 이끌고,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다. 현재 실증단지 5개 모든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SK텔레콤과 SK에너지가 각각 스마트 플레이스와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 부문에서 컨소시엄 주관업체로 활약하고 있을 정도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도 스마트 플레이스 분야의 컨소시엄 주관업체로, 1차 연도 사업 기간에 에너지모니터링서비스를 위한 설비를 갖추는 등 다양한 성과를 이뤘다.
이밖에 수많은 업체들이 실증단지 구성에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으며, 향후 조성될 거점도시 등을 통해 보다 기술 수준을 높여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의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미국은 이번 발표에서 연방정부·주정부·유틸리티 3개의 관점에서 실증단지를 집중 고찰한다.
미국의 각 주는 미 에너지부(DOE)가 정한 연방 정부 단위의 에너지 정책 테두리 내에서 개별 상황을 반영한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DOE는 지난 2003년 ‘스마트그리드 2030 비전’을 공표해 각 주나 전력회사 및 수용가를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을 펼치며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문은 우리나라와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돈독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일리노이주의 실증단지 사업이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지난 18개월간 에너지 효율 부문 등에 5억달러 가량을 투자했으며, 이 중 1억 2000만달러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스마트그리드 연구개발(R&D)와 실증 프로젝트에 쓰였다. 특히 2500만달러를 투입한 시카고의 에너지 효율화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7월 KT·LG전자·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는 미국 시카고 빌딩연합회와 스마트그린빌딩 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후 보다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리노이주는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해 병원·산업시설 등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운영하려 계획하고 있으며, 전기차 등을 활용해 똑똑하고 친환경적인 운송·주차 시스템을 실현하고자 한다. 혼자보다는 세계 여러 업체와 파트너십을 이뤄 성공적으로 실증단지 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주 정부의 계획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실증단지 현황=아시아 지역은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은 미국, 유럽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전문가들은 향후 십년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1억호주달러(약 1000억원) 규모의 ‘스마트그리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2006년부터 시작된 빅토리아주의 AMI 사업과, 애드레이드·앨리스스프링스·블랙타운 등 솔라시티에 대한 내용이 소개된다.
일본은 마이크로그리드·전기차(EV) 타운·스마트하우스 등의 사업을 비롯해 대규모 실증단지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니가타·교토·나가사키·아이치 등 총 9개 지역에서는 지난해부터 ‘전기차·하이브리드카 타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초기수요 창출과 충전 인프라 도입, 인식제고 및 효율평가 등이 주된 목표다.
친환경차 관련 일본의 국가적 목표는 2020년까지 200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고, 200만대의 일반 충전시설과 5000대의 급속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대규모 실증 부문에서는 교토·기타큐슈 등에서의 사업이 소개된다. 교토에서는 가정내에너지관리시스템(HEMS)·태양광 등을 활용하는 100가구의 스마트하우스 및 전기차·충전시설 관련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기타규슈에서는 태양광·연료전지·스마트미터 등을 활용한다.
◇유럽의 실증단지 현황=유럽의 실증단지 현황은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의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된다. 특히 이탈리아는 지난 7월 열린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회의(MEF)에서 한국과 함께 스마트그리드 개발 선도국가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유럽에서의 스마트그리드 기술 도입은 1990년대에 시작된 전력시장 민영화를 바탕으로 본격화 됐다. 이탈리아가 스마트그리드 구현에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핀란드·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에서도 온실가스 배출 저감 및 재생에너지의 전력망 연계 등을 통해 관련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유럽 최대의 AMI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이탈리아 에너지업체 에넬(Enel)의 관계자가 참석해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대해 소개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에너지연구업체 ECN의 관계자가 스마트그리드 기술과 실증단지 등에 대해 발표를 한다.
제주=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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