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그린비즈니스를 압축하면 정부의 ‘제도마련’과 기업들의 ‘사업계획’ 확정이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정과 녹색인증제 도입,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국회 통과와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 전략까지 정부는 그린비즈니스를 위한 지원 제도마련에 총력을 다했다. 이에 화답하듯 기업들은 일제히 신재생에너지·그린카·2차전지·그린홈 등에 주력하는 그린비즈니스에 대한 로드맵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태양광·풍력 산업을 제2의 반도체·조선 산업으로 육성하고, 전기차 선도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민관합동 그린비즈니스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이다. 전자신문 그린데일리는 한 해 동안 ‘그린비즈, 또 다른 코리아의 힘’이라는 연중 기획을 통해 그린비즈니스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기업들의 사업 현장을 상세히 소개했다. 연중기획을 마무리하며 2010년을 뜨겁게 달군 그린비즈니스를 되짚어 보고, 2011년 더욱 솟아오를 그린비즈니스의 향방을 가늠해 본다.
◇녹색법·RPS…힘 닿는데까지 ‘팍팍’ 밀어준다=올해 정부의 그린비즈니스 지원 제도 마련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정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녹색법을 통해 녹색성장 정책의 기본원칙을 정하고 녹색기술·녹색산업에 대한 지원, 기후변화대응 및 온실가스목표관리, 녹색생활 및 지속가능발전 등의 큰 틀을 확정했다.
녹색법은 저탄소녹색성장 5개년계획 수립 근거를 명시하는 등 녹색성장 관련 조직 운영과 국가전략 이행의 안정성 및 계속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또 기업의 기술 및 사업에 대한 녹색인증제를 도입하는 한편, 이들에 집중 투자하는 녹색산업투자회사 지정요건을 마련하고 이 투자회사에 정부 출자를 가능하게 했으며 녹색제품의 공공기관 구매 촉진 등을 통해 녹색 투자확대 및 일자리 창출을 유도토록 했다.
아울러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 요금체계를 원가주의로 전환하고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주택에 대한 취·등록세 감면을 추진하는 등 환경 친화적인 세제 개편도 가속화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녹색법은 국가 온실가스 관리체계를 마련해 중기 감축목표 이행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녹색법에서도 특히 그린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제도는 바로 ‘녹색인증제’다. 제도 시행 6개월 만인 11월 초 기준으로 160건이 넘는 녹색인증이 발급됐다.
녹색인증을 받으며 우선 중소기업청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정책자금 융자를 받을 수 있다. 해외 기술인력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대상 선정 시 가점을 부여한다. 기술보증기금은 보증료를 0.2% 감면해주고 평가 시 우대한다.
특허청에서는 특허출원 시 우선심사 대상으로 적용, 특허권리를 조기에 부여한다. 조달청은 2월부터 최소 녹색기준을 마련, PC·노트북·모니터·냉장고·세탁기 등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 17개를 선정해 구매하고 있다.
KOTRA는 해외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참가업체 선정심사나 전시회 참가 신청 때 가점을 주기로 했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출계약 등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보증료를 10∼20% 할인해주거나 보증한도를 2배로 늘려준다.
녹색법이 제정되기 한 달 앞선 지난 3월에는 RPS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오는 2012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소가 전체 발전량 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RPS로 인한 시장규모는 2012년까지 4조1000억원, 2022년까지 총 49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RPS를 통해 형성될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지난달에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전략도 내놨다. 오는 2015년까지 민간 33조원, 국고 7조원 등 총 40조원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입해 수출 362억달러 규모의 국가기간 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10대 핵심원천기술 개발에 향후 2015년까지 1조5000억원을 집중 투입하고, 태양광 제조장비와 베어링·기어박스 등 풍력 핵심부품 등 8대 부품·소재·장비 기술 개발과 국산화에도 1조원이 지원된다.
세계 신재생에너지시장 공략을 위해 고강도 수출 산업화 전략도 추진된다. 내년에 100억원의 예산을 신규 배정해 해상풍력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전반의 해외시장 공략을 돕는 수출지원 사업이 본격 진행된다. 2015년까지 수출 1억달러 이상의 글로벌 스타기업 50곳 육성하기 위한 지원 전략이다.
또한 정부는 오는 2013년까지 100㎿급 실증단지 구축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2.5GW급 단지를 조성해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해상풍력 발전 로드맵’도 발표했다.
강남훈 지경부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은 “그린비즈니스에 있어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계, 녹색투자 본격화=산업계는 올해 신성장동력을 확보 차원에서 녹색분야에 대한 대규모의 투자를 본격적으로 단행하기 시작했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발효로 에너지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시스템이 구축됐지만 기후변화라는 트렌드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13년까지 녹색 경영 부문에 5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친환경 부품 소재 개발을 중심으로 한 녹색 연구개발(R&D)에 3조1000억원, 저탄소 녹색 사업장 구축에 2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2013년까지 생산시설 온실가스 배출량(에너지 원 단위 기준)을 지난해 대비 50% 감축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LG 역시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그린비즈니스를 조기 사업화하는 ‘그린 2020’ 전략을 수립했다. 2020년까지 그룹 전체 매출의 15%를 그린 신사업에서 달성하고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량도 2009년 대비 40% 감축할 계획이다.
특히 태양전지·차세대조명·차세대전지·발광다이오드(LED) 등의 분야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구체적인 육성방안을 수립했다.
이 외에도 정유·철강·석유화학 등 대표적인 에너지다소비 산업부문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녹색기업으로의 체질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에너지·GS칼텍스 등 정유기업은 석유 이후 수송연료 산업의 패권을 잡기위해 2차전지 및 연료전지 분야의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관련분야의 취약점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소재생산부문에서도 국산화에 앞장서며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기반 사업인 정유부문의 에너지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공정개선에 주력하는 한편 고도화 설비를 통해 고부가가치 생산구조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철강분야에서는 국가대표기업인 포스코의 변화가 눈에 띈다. 비철금속 사업부문과 소재사업·해외자원개발 사업 등 녹색산업의 기반이 되는 사업부문을 육성하기 위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동시에 2018년까지 CO2 원단위를 9%이상 개선한다는 중장기 비전도 수립했다.
석유화학업계 또한 공정에서 발생하고 폐기물이나 부산물을 다시 원료나 연료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인근 지역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맺는 등 에너지효율 향상에 주력하는 한편 태양광·2차전지 등 녹색산업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행보를 보였다.
진출 분야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산업계의 이 같은 변화는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제 기업의 생존전략과 다르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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