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총 4조원 규모의 철도차량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인 우크라이나에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고속전동차를 공급한다. 현대로템은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12) 개최를 위해 철도 사업 등 교통환경 개선에 나선 우크라이나 정부와 1차로 3500억원 규모의 철도차량 공급 계약을 맺는다. 한편 현대종합상사는 현대로템이 고속전동차를 공급하는 이번 사업을 주선했다.
철도업계에 따르면 2일 보리스 코레스니코프 부총리를 비롯한 미하일로 코스축 철도청장 등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방한해 현대 측과 사업 의향서를 체결했다.
일행은 이날 현대로템의 창원공장을 방문해 생산시설과 제작능력을 직접 확인하고 이여성 현대로템 부회장 등과 전동차 공급 일정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주는 우크라이나의 철도차량 현대화 사업 중 첫 번째 사업을 2012년 6월까지 키예프~카리코프~도네스크 등 3대 도시를 연결하는 구간에 최고 속도 160㎞의 전동차를 공급하는 것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는 기존 낙후된 전동차를 향후 10년간 1500량, 4조여 원 규모의 최신 사양으로 대체하는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번 수주로 현대로템과 현대종합상사가 사실상 이 사업의 우선권을 갖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납기가 상당히 촉박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유로2012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연구소와 공장이 적극 협력해 최대한 납기를 단축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로템은 현대종합상사와 함께 2008년부터 우크라이나 현지와 국내를 오가며 정부 관계자들과 관련 사업을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국가재정 위기 때에는 한국의 수출입은행과 수출보험공사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금융지원을 이끌어내며 이 사업의 수주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2008년 CIS지역(구 소련)으로는 최초로 카자흐스탄에 전동차를 공급하는 등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1964년 현대정공 철도차량사업부로 시작해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동남아와 일부 아프리카 시장에 디젤기관차를 공급하는 영세한 업체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1년 현대차그룹의 든든한 지원 하에 해외사업을 키우며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해외사업에서 현대중공업그룹에 속한 현대종합상사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 7월 이들 회사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시에 처음 들어서는 지하철 1호선 1구간의 전동차 28량을 포함해 에스컬레이터, 차량기지 정비, 신호시스템 등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이 두 업체는 향후 이곳의 2ㆍ3호선 사업도 잇따라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KTX-산천`으로 최근 해외사업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KTX-산천은 프랑스 TGV의 기술로 만든 KTX-1과 달리 현대로템 등이 자체 기술로 만든 고속철도 열차다. 이여성 현대로템 부회장은 해외사업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직접 발품을 팔며 한국형 고속철을 알리고 있다. 지난 5월 이 부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를 잇달아 방문하며 주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주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2012년 9월까지 93억달러를 투자해 11개 노선의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플로리다주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고속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여성 부회장은 "현대로템은 경부고속전철 제작 및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시속 400㎞급 차세대 고속철을 개발 중"이라며 "해당 지역에 맞는 고속철 제작이 가능하도록 기술 이전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의 철도사업 수주 실적은 매년 1조원대를 넘어서며 고공행진 중이다.
■용어설명
고속전동차 : 시속 100㎞ 이상 200㎞ 이하의 속도로 전기로 운행하는 열차. 시속 200㎞ 이상은 고속철로 분류된다.
[매일경제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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