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의 지상파 재송신 문제는 지난 1년을 뜨겁게 달군 이슈인 만큼 학계와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은 그동안 많은 의견을 제시해 왔다.
방통위는 재송신제도 개선 전담반을 통해 이러한 의견을 수렴하고, 12월 중 제도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있어서 빠져서는 안 될 것이 `디지털 전환`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사업자별 이익을 계산한다면 디지털전환 후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이 완전히 종료되는 이후에는 수신환경에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장과 달리 디지털 유료 방송 시장에서는 케이블이 단연 앞서고 있다 해도 케이블 · IPTV · 위성 방송이 시장을 삼분하는 구도다. 지상파방송사도 동시중계권자로서 대가를 요구한 것이 디지털케이블에 한정됐다. 또, 아파트 공시청을 중심으로 디지털 지상파 직접 수신 환경이 조금씩이나마 개선되고 있으며, 디지털은 아날로그와 달리 공동주택에서도 개별 가구의 선택이 보장된다. 아날로그는 아파트 한 동 전체가 공시청시설을 이용해 케이블에 단체 가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케이블의 도움이 없이는 완전한 전환이 힘들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기껏해야 10% 수준으로 추정된다. 시범지역의 경우 5%에 불과해 충격을 줬다. 이중 대부분이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케이블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디지털 전환이 성공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에 의해 케이블TV방송사는 아날로그가입자도 디지털TV만 있으면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신호를 바꿔 보내주고 있다. 디지털 전환 이전 디지털 부문에만 재송신 관련 논의가 이뤄진다면, 이 같은 문제에서도 혼선이 일어나 시청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가장 최우선해야 할 작업은 디지털 전환시까지 디지털 지상파 직접 수신 환경을 충분히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가 주장하는 대가에 대해 계산한다면 디지털전환 후 저작권에 대한 대가나 송출에 대한 대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디지털 전환 이전에는 각자 요구하는 대가를 디지털 전환 기금으로 만들어 디지털 전환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 활용하자는 의견도 제시된 바 있다.
이에 앞서, 기본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인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개념 정립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보편적 시청권은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행사 중계에서만 논의됐으며, 이때의 시청권 산정에 대한 방식에도 논란이 많다.
지상파의 재송신 문제도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개념 정립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지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해관계 조정과 함께 시청권 확보와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개념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재송신 문제에 대해 케이블 뿐 아니라 여러 유료방송 플랫폼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재송신 문제는 케이블에서 시작됐지만, 위성방송에서도 재송신 대가 문제를 두고 법정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그동안 전문가들은 많은 의견을 제시해 왔다. 정인숙 경원대 교수는 이번 분쟁을 디지털 전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금 조성을 제시했으며, KDI는 각 사업자별 초과 수익과 비용을 계산하되 과거에 대한 합산보다는 현재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정책 당국의 디지털 전환 시 난시청 해결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현재의 난맥상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해결 실마리가 될 것이라며, 이후 시장 논리에 맡기자고 제안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
문보경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