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국감] <현장에서>R&D 자금 횡령 · 유용 등 부실 운용 만천하에 드러나

<10월 22일(금) 국감 일정>

21일은 13개 상임위원회 대부분이 종합감사를 진행, 올해 국감의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중국의 차기 지도자 시진핑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를 만났을 당시의 발언을 전한 것이 도화선이 되면서 국감장 곳곳에서 여야 간 뜨거운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지식경제위=한국산업기술원 · 정보통신산업진흥원 ·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을 대상으로 벌인 이날 국감에서는 국가 연구개발(R&D) 자금의 횡령과 유용 등 부실 운용 상태가 드러났다.

홍일표 의원(한나라당)은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지난 2006년부터 지난 8월 말까지 총 72건, 216억1800만원에 달하는 R&D 자금을 유용했지만 형사고발은 단 10건에 그쳐 적극적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형사상 책임 추궁 사례가 매우 적은 것은 관리기관인 산기평이 연구비 부정 집행을 방조하고 있는 것”이라며 “횡령방지 시스템을 갖추는 것 못지않게 일벌백계를 통한 재발방지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식 의원(한나라당)은 산기평의 지난 3년간 R&D 성과를 분석한 결과 △자금 8억원을 투입할 때 특허등록 1개 △자금 100억원을 투입하면 SCI논문 6개 △기술료 수입은 투입액의 5.5%에 불과해 총체적으로 부실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국감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전략이 올바르지 못해 국내 기업과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창일 의원(민주당)은 “아이폰의 경우, 1년에 한 번씩 신모델을 내도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데, 삼성 · LG 등 우리 기업들은 2개월이 멀다하고 신모델을 내고 있지만 큰 성과가 없다”면서 “정통부가 해체된 이후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보안, 통신 등의 정책이 따로 놀면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졌고 국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우리 기업들이 늦게 참여하면서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빈번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최근 우리 스마트폰도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고 답했다.

◇정무위=국무총리실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감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아이폰의 AS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날 애플 본사의 AS 총괄 파렐 파하우디 수석 이사가 증인으로 나와 의원들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유일원 의원(창조한국당)이 “국내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에 따르면 품질보증기간 내에 기능 문제가 발생하면 무상수리 등을 해주도록 돼 있으나 애플은 리퍼폰(재활용 휴대폰) 교환만 해주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에 파하우디 이사는 “법률 자문사를 통해 한국의 모든 관련 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자문을 받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유 의원은 “동문서답”이라며 몰아세웠다.

권택기 의원(한나라당)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면서 “중국은 신제품 주면서 한국은 리퍼폰을 주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파하우디 이사는 “한국에도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이 생기면 (중국에 준하는 수준으로) 조정할 의사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1년 보장 약정을 변경할 의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애플 아이폰의 AS 약관이 불공정한지 여부를 조사중”이라며 “다른 나라에 적용하는 약관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아이폰 약관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정 위원장은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이 임의적인 것이어서 강제성이 없다는 것은 하자가 있다”며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을 강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을 시사했다.

◇교과위=권영진 의원(한나라당)은 서울대학교가 적법하게 지급했다던 94억원의 연구개발능률성과급 중 전임 총장이 지급한 39억4000만원이 관련 규정을 위반해 지급된 것이라는 것을 교과부의 공식답변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말 서울대는 총 1819명의 교원에게 1인당 10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까지 총 39억 3900만원의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을 지급했다. 그러나 규정대로라면 연구성과가 없거나 연구지원 실적이 없는 교원에게는 성과급 지급이 불가능하다.

권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성과도 없는 교원에게까지 성과급을 나눠 주고 또 거짓 해명까지 한 서울대학교는 책임있는 반성의 자세로 거듭나야 한다”며 “교과부는 관련 법률과 규정에 따라 부당하게 지급된 성과급에 대해서는 전액 환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이번 기회에 성과급 나눠 먹기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해양위=심재철 의원(한나라당)은 한국건설기술평가원이 추진 중인 `지능형 국토정보기술혁신사업`에 불필요한 연구과제 수행으로 7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이 사업은 전 국토를 유비쿼터 공간정보시스템(u-GIS)으로 구축하기 위해 2006년 1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총 연구비 1611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사업이다.

심 의원은 감사원 자료를 바탕으로 건설기술평가원이 일반에게 공개되는 모델보다 정밀하지 못한 `정밀 지오이드 모델 개발`에 18억7000만원을, `u-GIS기반 도시지하시설물 관리체계 구축 및 표준화` 등 이미 추진 중인 것을 연구과제로 선정해 17억6000만원을 투입해 각각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정지연 · 장지영 · 이경민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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