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환율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각국은 한목소리로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지나치게 낮은 환율을 가지고 높은 수익을 올려 왔는데, 이제는 환율을 정상화해서 그 수익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 전쟁은 일본과 중국의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내달 11일과 12일 양일간 서울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환율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다. 그런데 폐쇄경제의 대명사인 북한에서도 환율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지 오래인 북한경제는 시장이 널리 확산되면서 외국으로부터 많은 물자를 수입해 경제를 꾸려가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는 거의 70%를 상회한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물자는 대부분 후불조건으로 거래된다. 중국 측에서 먼저 북한에 물자를 보내고 시장에서 물건을 팔아 모은 돈으로 물건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북한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경우는 대부분 선불조건이다. 북한의 지하자원 및 농산물 등을 수출할 때 돈부터 확인하고 물자를 제공하는 형태다. 외환이 부족하고, 경제제재 및 낮은 신용으로 국제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북한이 현금 거래 시 궁여지책으로 삼고 있는 방식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중국 측 사업자들은 대부분 화교(중국교포), 조교(북한사람으로 중국에 거주하는 사람들), 조선족 등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북한과의 오랜 교분을 바탕으로 선불 및 후불조건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있다. 그런데 불안정한 환율 때문에 이들의 사업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우선 북한 시장에서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북한시장의 환율은 1달러당 1500북한원 정도에 거래된다. 그런데 2009년 11월 30일 화폐개혁 이후 2010년 3월경 환율은 약 3300북한원에 달했다. 북한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돈을 풀지 않고 있다. 반면에 달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이 바닥이고 다시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 역시 달러를 풀지 않고 있다. 더욱이 북한돈 기준으로 수출가격을 책정한 북한산 물자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제시하기 일쑤고, 수입물자 역시 북한돈 기준으로 책정하다보니 도저히 가격을 맞출 수 없을 정도의 낮은 수입가격을 요구한다. 북한 내 화폐가치가 불안정하다보니 이것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수출입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더욱이 위엔화가 강세로 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하면서 그 복잡성은 더해지고 있다. 북한 상인들은 이제 환율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환율에 민감해져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북한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북한이 아무리 체제를 폐쇄적으로 유지하려 해도, 개혁과 개방을 늦추려 해도 시장의 힘을 막기는 점점 역부족이 될 것이다. 제조업의 기반을 다시 정상화하려면 외국자본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그래야 시장도 억제하고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정상화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외국자본은 계획경제와는 거리가 멀다.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선택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북한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율과의 전쟁은 조만간 시장만이 아니라 북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으로 확산될 것이다. 북한이 원치 않더라도 북한경제는 이미 상당 수준 세계경제에 편입해 들어가고 있다. 북한당국도 이 사실을 외면하지 말고 과감하게 국제사회 일원으로 들어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중국의 덩샤오핑과 같은 인물이 북한에서도 나올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yongsueng.dong@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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