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실감미디어] 입체형 실사촬영

<4부>차세대 실감 시대가 온다

6. 입체형 실사 촬영



영화 `아바타` 이후 가장 재미있게 본 3차원(3D) 입체 영화를 꼽으면? 올해 수많은 3D 영화가 개봉됐지만, 그 중 드래곤 길들이기 · 슈퍼배드 · 토이스토리 등 애니메이션이 주로 인기를 끌었다. 이들 애니메이션 스토리가 유독 재미있지만, 아직 실사 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이 3D 입체 효과를 보다 자연스럽게 구현해 낸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3D 애니메이션은 이제 어느 정도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제작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이와 달리 실사를 촬영한 영상물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포츠 중계를 할 때에도 선수들의 빠른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며, 줌인 줌아웃 등 초점이 달라질 때에도 영상은 처리용량을 넘긴 컴퓨터처럼 버벅거리기 일쑤다. 이런 미진함으로 어떤 3D 실사 영상은 실감나는 미디어가 아니라 2D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감내해야 했다.

◇2D 보다 몇 배는 어려운 제작 과정=준비 단계에서부터 일이 복잡하다. 2D 영상에 비해 몇 배는 더 많은 일을 준비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촬영 전 시나리오와 콘티를 만드는 작업이다. 일종의 기획인 셈이다. 이 작업은 2D 영상에서도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3D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오브제를 핵심사항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입체 콘티를 다시 제작해야 하는데, 이 전에 입체감을 조율하고 시각적 피로도를 계산해 입체감 디자인(뎁스 컨티뉴이티 디자인)을 해준다. 이렇게 계산된 디자인을 적용해 입체 콘티를 작성한다. 이 과정은 너무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기 때문에 별도의 소프트웨어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다.

미리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촬영 때 사용해야 할 카메라도 달라진다. 3D 촬영에는 카메라도 여러 종류가 사용된다. 원거리 장면을 찍을 때는 수평방식으로 연결된 카메라를, 가까운 거리의 장면을 찍을 때는 수직(직교) 방식으로 연결된 카메라를 사용한다. 멀리 볼 때 사람의 눈동자가 옆으로 확대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서다.

◇실사 제작의 어려움=우선 3D 카메라로 실사를 촬영한 입체 영화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줌인 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배우들 간 갈등이 고조되거나 갈등해소로 인해 격정적인 감동이 휘몰아칠 때 배우들의 얼굴을 가깝게 잡아 그 감정을 표현해 줘야 하지만, 그런 장면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유는 렌즈 두 개가 똑같이 줌인을 해줘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기술이 정교하지 못해서 쉽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촬영기사가 핸드헬드 카메라를 이용하듯,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피사체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렌즈가 두 개에 리그까지 합쳐진 3D 카메라는 수십kg. 이런 카메라를 짊어지고 움직이면서 촬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보다 더 힘들다고 제작진들이 입을 모으는 분야는 바로 컴퓨터그래픽(CG)과의 합성이다. `영화는 모두 사기`라고 할 정도로 일반 실사 촬영 영화에도 CG가 많이 동원된다. 많은 군중이 등장할 때에도 배경화면의 전환이 필요할 때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CG다. 2D에서는 영상 곳곳에 CG를 추가하면 됐지만, 3D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입체감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3D 영상에 그에 맞춰진 CG를 넣는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황금들판 앞에 서 있는 주인공을 촬영하고자 할 때, 크로마키 앞에서 주인공을 촬영하고 여기에 황금들판을 CG 처리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3D로 촬영한 주인공에 CG를 맞추자면 공간감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인공이 황금들판에 떠 있는 것 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 입체감이 달라지면서 이동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로 인해, 아바타 또한 실사 분을 그래픽으로 전환해 합성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극복 방법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가 활용된다. 그렇다보니 새로 제작하는 3D 영상물은 저마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셈이다.

EBS가 제작 중인 3D 다큐멘터리 `앙코르 문명`에서는 기계식 리그가 아닌 물리적 리그를 활용해 줌인 샷에 성공했다. 그동안 사용된 리그는 기계적 톱니바퀴를 이용해 두 개의 카메라를 연동했다. 두 개의 카메라가 줌인할 때 100% 똑같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EBS 팀은 물리적으로 정교하게 계산된 리그를 사용해 사람의 눈을 따라 클로즈업을 하듯 자연스럽게 인물을 줌인하는 데 성공했다. 김유열 EBS PD는 `최초의 줌인샷`이라고 칭할 정도였다.

어떨 때에는 HD 카메라를 섞어쓰기도 한다. 사람 얼굴만 잡는 빅클로즈업 샷의 경우, 입체감도 의미 없을 때가 많다. 오히려 눈만 아프고, 어지러움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빅클로즈업샷에는 HD 카메라를 사용해 자연스러움을 살리기도 한다. 최근 한 스포츠 경기 3D 중계에는 70%가 HD 카메라가 사용되기도 했다.

향후 CG 합성을 위해서는 촬영신마다 메타데이터를 만들어 정리한다. 가까운 거리와 먼거리를 일일이 측정해 매 신마다 기록한다. 이렇게 해야만 향후 CG 작업을 할 때 CG에 입체감을 얼마를 줘야 하는지 정확한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아바타가 인기를 끈 후 제작장비도 시시각각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3D에 대한 수요가 시장을 만든 것이다. 촬영 경험이 많은 인력이 각광을 받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보니 3D 스테레오스코프 슈퍼바이저가 새로운 직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발전하는 기술과 함께 각광을 받는 것이 노하우인 만큼 얼마나 숙련됐는지와 얼마만큼의 경험이 있는지가 3D 실사 제작 시장에서 관건이 된다.

강성욱 스카이HD 국장은 “많은 촬영을 했지만 아직도 기계에 대한 이해도는 80% 수준에 불과한 것 같다”며 “결국은 3D제작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HD의 경우 얼마간의 교육 과정을 거치면 현장에서 촬영을 할 수 있었다”며 “3D는 예민하게 다뤄야 할 것들이 많아 노하우 싸움이 되는 만큼 많은 인력들이 배우고 나와 현장에서 노하우를 쌓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황지혜 기자, 문보경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