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대항해시대] 벤처기업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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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여전히 기세를 부리면서 벤처기업의 어려움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는 벤처기업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과감한 투자로 미래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기업도 적지 않다. 모험을 즐기는 벤처정신을 잊지 않고 기술력으로 무장한 채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벤처기업을 찾아가봤다.



휴전선 철창 너머 메마른 북녘 땅이 육안으로 보이는 남한 땅 끝자락에 위치한 경기도 파주시. 휴전선에서 남서쪽으로 차를 20분 정도 달리면 새로이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는 공단이 보인다. 이곳에 터치스크린 전문업체 디지텍시스템스의 신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첨단 부품인 터치스크린을 제조하는 업체답게 깔끔한 건물이 인상적이다. 세련된 회색빛 건물에 선명하게 붙어 있는 빨간색 로고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풀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일류를 지향하는 디지텍시스템스` 등 슬로건이 최고 품질을 지향하는 디지텍시스템스의 열정을 느끼게 한다. 작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디지텍시스템스는 터치스크린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성공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파주 공장은 디지텍시스템스가 제2의 도약을 노리는 장소다. 여기가 바로 터치스크린 소재 국산화의 역사를 디지텍시스템스가 써 내려갈 곳이다.

디지텍시스템스는 터치스크린 소재 수직계열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기업이다. 모듈 사업을 시작으로 투명전극(ITO) 필름, 감압식 터치 IC 등의 소재 수직계열화로 원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였다. 최근에는 강화유리, 접착필름(OCA)까지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터치스크린 산업에서 최고의 기업이 되겠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텍시스템스, 터치스크린 소재 독립 선언하다=먼지 한 톨 찾기 힘들 정도로 깔끔한 공장 안에는 새하얀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분주히 터치스크린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제품 하나 하나가 마치 갓난아이처럼 소중하게 다뤄진다. 이물질 관리를 위해 온몸을 감싼 불편한 작업복을 입고 일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넘친다. 몇 년 전만 해도 400억~500억원에 불과했던 회사가 벌써 2000억원을 바라보는 중견 업체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파주 공장이 일반 터치스크린 공장과 다른 점은 거대한 진공 증착 장비가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이 장비로 터치스크린의 핵심 소재인 투명전극 필름을 직접 생산한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ITO 필름을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사용했다. 닛토덴코, 수주토라, 오이케 등 일본 업체들이 사실상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이 시장에 국내 중소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가 겁 없이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디지텍시스템스가 생산하는 ITO 필름은 일본 제품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품질을 자랑한다. 올해 초 디지텍시스템스가 세계 최초로 `인덱스 매칭`한 투명전극 필름은 업계의 주목을 끈 바 있다.

정전용량 방식 터치스크린에 쓰이는 ITO 필름은 기본적으로 패터닝 처리가 된다. 그런데 베이스 필름과 패터닝된 회로 부분의 빛 투과율이 달라져 디스플레이에 육안으로 패터닝이 보이는 문제점이 있다. 인덱스 매칭은 베이스 필름에 네 번의 특수 처리를 해 ITO 표면과 회로면의 빛 투과율 차이를 거의 동일하게 조정하는 방법이다. 디스플레이 반응 및 표현품질이 그만큼 높아진다. 정전용량식 ITO 필름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 공급자인 일본의 닛토덴코도 빛 투과율 차이를 보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었지만, 국내 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가 한발 앞선 셈이다.

이환용 디지텍시스템스 사장은 “핵심 소재를 외산 제품에 전적으로 의존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면서 “중소기업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해야 하지만, 터치스크린 시장에서 선두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도전은 계속된다=디지텍시스템스는 ITO 필름에 이어 강화유리 국산화도 진행하고 있다. ITO 필름을 생산하는 파주공장 곁에 강화유리 생산을 위한 제2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디지텍시스템스는 최근 기존 제품보다 원가 경쟁력을 30% 이상 높인 강화유리 양산에 성공했다.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강화유리 시장의 수급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시장 판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유리를 자르고, 화학약품으로 강화하고, 잘려진 유리를 연마하는 장비들이 아직 새것 그대로 설치돼 있다. 10월 중순 이미 가을에 접어들었지만, 공장 안은 장비 가동으로 인한 열기가 가득 차 있다. 여러 대형 장비들 중에서도 유독 시선을 끄는 것이 있다. 바로 강화유리 품질 테스트 장비다. 여기서는 막 생산된 강화유리를 파괴하는 실험이 진행된다. 유리 상자 안에는 수많은 유리 파편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강도와 유연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일부러 파괴한 제품들이다. 공장 한편은 아직 설비가 들어오지 않아 텅 빈 상태다.

김재홍 디지텍시스템스 글라스 사업부장은 “파주공장은 월 80만대 수준의 생산 규모를 구축했으며, 내년까지 월 20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저가형 소재인 소다라임 글라스를 고급형 제품인 고릴라 글라스 수준으로 성능을 향상시켜 원가 절감에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닝의 독점 제품인 고릴라 글라스는 강도 및 유연성에서 높은 품질을 보여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터치 업체들이 이 제품을 적용해왔다. 디지텍시스템스는 소다라임 글라스에 특수처리 공정을 진행해 강도 및 유연성을 높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터치스크린용 강화유리는 대부분 중국 업체들이 공급하고 있다. 최근 터치스크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강화유리 공급부족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이환용 사장은 “강화유리 공장에 추가적인 설비투자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강화유리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오 · 폐수 시스템을 정교화하고, 원가 경쟁력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이환용 디지텍시스템스 사장

“해외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터치스크린 핵심 소재를 국산화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가장 큰 터치스크린 시장은 휴대폰은 물론이고 급성장하고 있는 태블릿PC 부문에서도 선두 업체의 위치를 지켜가겠습니다.”

올해 창업 10주년을 맞이한 디지텍시스템스의 창업자인 이환용 사장(47)은 최근 `초심`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 벤처기업에서 시작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디지텍시스템스가 이룩해야 할 성공과는 아직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터치스크린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습니다. 터치 사업을 시작한 업체는 많지만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업체는 도태될 겁니다.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욱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겠죠.”

디지텍시스템스는 올해도 높은 성장률과 수익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러나 이환용 사장은 거스 히딩크의 말처럼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다. 올해를 `제2 창업의 해`로 선포하고 야심차게 사업을 진행했지만 생각보다 정전용량 터치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했다.

“직원들은 물론이고 나 자신조차도 생각지 못하게 자만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최근 팀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워크숍을 진행하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이 사장은 직원들의 결속을 강화하고, 다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 효과는 하반기부터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디지텍시스템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태블릿PC용 터치스크린 시장에 진입했다. 대면적 터치용 ITO 필름 국산화도 추진하고 있다.

“모바일, 스마트패드 등 터치스크린 시장의 성장으로 국내 업체들이 수혜를 보고 있지만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일본 · 중국 업체들이 훨씬 큰 수익을 누리고 있어요. 디지텍시스템스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터치스크린 소재 독립에 앞장서는 동시에 수익성도 강화해 나갈 겁니다. 결코 지금의 위치에 만족하는 작은 회사로 남지 않을 겁니다.”



<회사 소개>

디지텍시스템스(대표 이환용)는 정전용량 방식, 감압식 방식 터치스크린 모두를 생산하는 터치 토털 솔루션 업체다. 10여년 동안 터치스크린에만 집중하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2000년 9월 `터치스크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는 기조 아래 설립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1159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2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영업이익률은 매년 두 자릿수를 유지하며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디지텍시스템스는 2003년 7월 세계 최대 게임기업체인 IGT와 터치스크린 공동 개발 및 기술 라이선싱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현재 게임기용 터치스크린을 본격 양산하면서 미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3M과 게임기용 터치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산업자원부 세계 일류상품 인증을 받으며 기술력을 널리 알렸고, 2007년 7월에는 코스닥에 상장했다.

본사인 화성 공장에서는 내비게이션 · PMP 등 휴대형기기와 각종 게임기에 들어가는 터치스크린을 생산하고, 파주 신공장은 휴대폰용 제품과 소재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휴대폰 터치스크린용 ITO 필름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하반기에는 강화유리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지금은 태블릿PC용 터치스크린 소재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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