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실감미디어] 실감형 입체음향

<4부>차세대 실감 시대가 온다

5. 실감형 입체 음향



지난 6월 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2010 시네마 엑스포`에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를 관람하던 관객들은 깜짝 놀랐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팀이 음향 시스템을 바꿔가며 영화를 5분씩 세 부분으로 나눠 제작, 상영했는데 그 차이가 확연했기 때문이다.

영화 처음 10분은 기존 영화관에 설치된 5.1채널과 7.1채널로 내보낸 후 나머지 5분은 13.1채널로 상영했다. 당시 관객들은 “음향의 차이가 같은 영화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며 “그냥 3D 영화만 감상할 때 보다 더욱 생생하다”고 놀라워했다.

5.1채널은 스피커가 스크린 앞쪽에 3개, 양 옆에 1개씩 있는 음향시설로 소리가 수평으로만 퍼진다. 반면에 13.1채널은 스크린 앞쪽에 스피커 5개를 비롯해 상영관 옆과 뒤, 모서리, 천장에 각 2개씩 총 13개 스피커를 설치한다. 소리가 상영관 전 방향에 고루 퍼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제 3D 입체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입체음향의 지원이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 입체음향이란 소리가 나는 방향과 거리, 그리고 공간감각을 느낄 수 있는 소리를 말한다. 실제 소리는 앞쪽 스피커에서 발생하지만 청자의 귀에는 옆에서, 뒤에서, 또는 바로 옆에서, 아득하게 멀리서 듣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낀다. 머리를 훅하고 스치는 총알 소리, 앵앵대며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벌레 소리, 바로 내 옆에서 머리카락을 사각사각 자르고 있는 듯한 생생한 소리가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가 3D 입체음향이라 부르는 것은 무엇인가. 3D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그 시스템은 시청자를 에워싸는 듯 서라운드 경험을 만들고 깊고 높은 신호를 포함한다. 여기에는 심리음향학까지 동원된 고도의 기술이 적용돼 있다.

◇과거 3D 음향 기술=기본적으로 스피커 시스템을 이야기할 때 소수점 아래 숫자는 서브우퍼(저역진동장치)를 의미한다. 즉, 5.1채널이라고 하면 서브우퍼와 5개의 위성 스피커로 구성된 시스템을 말하고 7.1채널이란 서브우퍼와 7개의 위성 스피커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스피커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더욱 입체적인 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 같은 성능의 스피커로 5.1채널과 7.1채널을 구성했을 때를 비교하면 당연히 7.1채널로 구성을 했을 때 더욱 입체적인 소리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존 영화관 음향 기술은 대부분 스피커가 스크린 앞쪽에 3개, 양옆에 1개씩 있는 5.1채널로 소리가 수평으로만 퍼진다.

통상 10채널이 넘어야 3D 입체 음향 기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11.1채널부터 3D 입체 음향으로 친다. 13.1채널이란 음향이 14개 채널로 나뉘어 들린다는 뜻으로 진동만 주는 서브우퍼는 0.1채널로 치기 때문에 13.1채널이라 부른다. 대부분의 극장은 5.1 또는 7.1채널을 갖추고 있다.

◇현재 3D 음향 기술=3D 음향기술에 대한 특허는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총 422건이었는데, 2001년에는 18건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73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 출원된 건수와 비교해 보면 지난 2001년에는 일본의 7분의 1 수준,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으나, 2000년 중반 이후로는 격차가 크게 줄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IT 관련 기술의 발전과 경제 규모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3D 입체 음향기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3D 음향기술을 지원하는 영화관은 롯데시네마 청량리관 한 곳인데, 이는 다행스럽게도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다. 롯데시네마 청량리관에는 현재 13.1채널이 들어가 있다. 아직 기술이 따라가지 못해 13.1채널이 적용된 영화가 제작되지는 못했지만 일반 영화를 봐도 무리가 없다. 음향이 수평적으로 퍼지지 않고 입체적으로 모아주기 때문에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게임에도 이미 3D 입체음향이 적용됐다. 넥슨은 신작 액션RPG `드래곤네스트(Dragon Nest)`에 돌비 액슨 사운드 솔루션을 적용했다. 돌비 액슨은 캐릭터의 위치를 감지해 입체적인 3D 음향을 제공한다. 게임 유저들은 캐릭터가 다가오고 멀어지는 것을 소리로 먼저 감지할 수 있다. 음성 변조도 가능해 게임을 하면서 보이스 채팅까지 할 수 있다.

곧 3D TV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SRS랩스가 지난달 선보인 `서클시네마 3D` 솔루션은 3D TV용으로 개발됐다. TV를 시청할 때 이 기능을 이용하면 TV의 스피커 시스템을 통해 멀티 채널 스피커 시스템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래` 3D 음향 기술=현재 3D 음향기술은 음원으로부터 나오는 소리에 공간 · 현장감을 제공하는 기술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용자와 3D 기기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청취자가 화면의 가상공간 속에서 청취 위치를 마음대로 선택, 입체음향을 보다 폭넓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대화형 입체음향 기술로 발전하는 추세다.

특허청에 따르면 3D 음향기술에 대한 국내 특허 출원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세부 기술을 분야별로 보면 소리에 공간 · 현장감을 제공하기 위한 음장제어 기술은 191건에 달한다. 음원을 공간상의 임의의 장소에 위치시키는 음상정위 관련 기술은 55건, 입체음향 부호화 · 복호화 기술은 49건, 혼합된 음원들을 분리, 독립된 객체 단위로 처리하기 위한 객체기반 3차원 오디오 기술은 11건 등이다.

특히 2008년과 그 이전을 비교해 보면 객체기반 오디오 기술과 음상정위 관련 기술에 대한 출원 건수가 다른 기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해 이 분야의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D 입체음향의 미래는 바로 이것이다.



특별취재팀=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황지혜 기자, 문보경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