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공정` 소식에 사이버 세상이 시끄럽다.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중국이 한글을 위협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서명에 나섰다. 12일 오전 11시까지 60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참했다. 하루빨리 우리가 먼저 한글입력 표준을 제정해야 한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이번 사태는 한글의 세계화를 주창하면서도 안일하게 대응했던 우리 정부와 IT 제조사들의 밥그릇 싸움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몇 해 전부터 휴대폰의 한글 입력 자판을 단일 표준 방식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을 중심으로 업계 중론을 모아 강제인증이 아닌 권고형으로 표준화를 유도해왔다. 지금도 한글 입력방식 표준화는 진행형이다. 하지만 정통부에서 지경부, 문화부 등으로 주무부처가 자주 바뀌면서 제대로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PMP, IPTV, 스마트패드에도 한글입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제조사들 역시 기술적으로는 디지털기기 한글 입력 자판을 단일 표준으로 할 수 있지만 특허권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연관돼 조심스럽다. 기업의 방침이 갈리다 보니 정부의 강제성이 아니면 힘들다. 그렇다고 강제인증방식으로 하게 되면 표준화 자체가 반시대적 · 반시장적으로 비칠 수 있다.
중국이 조선어 입력표준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한글자판 표준화를 마냥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민 편익이 우선인데 기업의 이해와 방침만을 고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글 세계화 전략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디지털 한글의 주권을 확고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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