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대 LCD냐, 8세대 AM OLED냐?`
삼성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시기와 우선순위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11세대 신규 라인 투자를 통해 LCD 시장의 파이를 키우느냐, 아니면 8세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냐는 고민이 그것이다. 아무리 자금력이 풍부한 삼성이라 할지라도 두개의 대형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삼성의 선택에 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 유지를 위한 투자 우선순위를 놓고 검토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각 계열사 및 사업부별로 내년 사업 전략 마련에 한창이지만, 차세대 투자 부문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LCD사업부가 추진하는 11세대 LCD 라인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검토하고 있는 8세대 AM OLED 라인의 투자 시기가 미묘하게 겹치는 상황”이라며 “둘 다 거액의 투자가 동반돼야 하는 상황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SMD가 미묘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의 핵심은 양대 차세대 라인의 타깃 시장이 언제 열리느냐다. 11세대 LCD 라인의 경우 60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이 타깃이다. 올 하반기 이후 침체를 겪고 있는 전 세계 TV 시장의 회복 여부가 변수다. 또 중국이 거대 시장을 기반으로 내년부터 8세대 LCD 양산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차세대 라인 투자를 미룰 경우 자칫 LCD 산업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또 다른 변수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지난 2008년 이후 8세대 이후 차세대 라인을 11세대로 못박고 장기간 검토를 지속해 왔다. 이와 관련 장원기 사장(LCD사업부장)은 최근 “11세대 투자는 그동안 부품 · 소재 및 장비 업체들과 장기간 지속적으로 검토를 해 왔다”며 “(투자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8세대 AM OLED 라인의 경우 2012년 이후 30인치 이상 AM OLED TV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핵심 투자다. 무엇보다 SMD가 세계 시장의 98%를 석권하고 있는 상황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기다. 특히 최근 1년 사이에 AM OLED 사업에 대한 그룹 고위층이 평가와 전망이 희망적이라는 것이 변수로 급부상했다는 분석이다. SMD 관계자는 “8세대 투자 여부는 회사의 중요한 검토 사항인 것은 맞다”면서도 “현재는 내년 가동 예정인 5.5세대 라인의 정상적인 가동 및 안정화가 더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술적인 걸림돌을 누가 먼저 극복하느냐도 차세대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11세대 LCD라인의 경우 노광기 업체들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8세대 AM OLED라인은 핵심공정인 증착장비가 여전히 3.5세대급에 머물러 있어 병목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의 우선순위가 어느 정도 갈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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