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이 나가요!”
책 펴낸이의 이 한마디 때문에 펼쳤다. “책 제목을 보고는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그냥 책꽂이에 꽂아 뒀다”는 나의 말에 반사된 터라 그의 톤에 아주 살짝 힘이 묻었던 것 같다. `쉽게 접근하거나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어렴풋한 생각을 깨는 대답이었기에 그의 톤이 반가웠고.
사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라는 제목 앞에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넘어`라는 꾸밈말까지 있어 첫 쪽을 열기가 정말 두려웠다. 그 어려운 양자역학에 상대성이론까지 뛰어넘기가 녹록하지 않으니까.
책꽂이 앞에서 다시 여러 차례 머뭇거린 끝에 `생각보다 많이 나간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또 상대방을 `정말로 선수처럼` 잘 설득하는 이른바 `386 운동권`처럼 학생운동에 대해 무엇인가 열심히 설명해봤고, 술자리에서 오갔던 물리학 이야기를 그대로 책에 담았다는 지은이의 말을 큰 위안으로 삼았다. `쉽게 풀어 놓았겠네` 하는 기대였다.
그러나… 역시… 어렵다! 마지막 쪽을 덮기까지 거의 한 달을 끙끙댔다. 스위스 제네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과학자들이 모여 둘레 27㎞짜리 대형강입자충돌기(LHC:Large Hadron Colider)로 `아주 작은 우주 탄생(빅뱅) 순간`을 `아주 조금이라도` 엿보려 한다는 정도. 그렇게 매우 얕은 지식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또 `빅뱅`을 아주 조금이라도 엿본 뒤 뭘 어쩌려는 것인지, 이를 위해 1994년부터 무려 29억달러나 쏟아부을 만큼 가치가 있을지 늘 물음표를 품었던 까닭에 `인류가 만든 가장 크고 비싼 과학 장난감`이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깨달아 알기가 어렵기로 치자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특히 세계 여러 과학자 사이에 이른바 `신의 입자`라는 `힉스 보손(Higgs boson)`이 있냐 없냐를 두고 내기가 한창(256쪽)이라니 이거야 원…. 건설비 29억달러에 수년간 운영비로 얼마를 더 들여야 할지 모르는 판에 그것(신의 입자)이 없을 수도 있다? 여러 측면에서 오랜 세월 여러 난관을 지나 `신의 입자`를 찾는 문턱(LHC)에 닿은 과학자의 마음을 100% 이해하기가 난감하다.
책이 나온 2008년 8월은 CERN의 LHC가 가동되기 전이었다. 과학자들은 올해 3월 30일부터 물질의 바탕인 입자 2개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3.5테라전자볼트(TeV)씩 모두 7TeV급 힘(에너지)을 이용해 가속한 뒤 충돌시키기 시작했다. 7TeV급 힘을 견주어 설명하기가 어려우나 인류가 입자 충돌 실험에 쓴 것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 힘으로 두 입자를 둘레 27㎞짜리 LHC 안에서 셀 수 없을 만큼 회전시킨 뒤 맞부딪히게 한다니 인류가 정말 대단한 곳에 이르렀다. 그 입자(소립자 · 원자 · 분자)라는 게 둘레가 대략 4만192㎞인 지구를 10억분의 1로 줄인 4㎝짜리 구슬을 다시 서너 개로 쪼갤 수 있을 만큼이라니 입이 절로 벌어질 지경이다. 그 오랜 노력과 성과에 찬사, 또 찬사!
이제 여러 과학자에게 바라는 것. “`신의 입자` 말고 꼭 `자연 그대로의 입자`를 찾아주세요.”
이종필 지음. 마티 펴냄.
국제팀장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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