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자들이 말하는 현재 우리나라 과기계 현실은 `국가 연구개발(R&D)예산은 늘었지만 연구 효율성은 떨어지고 과학자들의 사기는 바닥`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하드웨어` 개편에 해당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기능 강화 방안을 확정한 만큼 과기계는 이제 국과위를 중심으로 연구기관 운영 효율화를 포함한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PBS 개선 등 출연연 운영 효율화=출연연 거버넌스 개편과 함께 국과위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문제는 출연연 운영 효율화다. 최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국가 R&D 선진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출연연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을 지적했다.
이는 갈수록 국가 R&D의 덩치가 커지고 기관 간 중복 연구가 많아지는 과정에서 연구자들이 중장기적으로 집중해야 할 연구를 선별해 몰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1996년 도입된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는 출연연 효율화를 논의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PBS는 정부가 지급하는 출연금 외에 출연연들이 외부 프로젝트를 수주해 인건비를 충당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출연금 비중이 낮은 출연연들은 `보따리 장사`를 통해 인건비를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안종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장은 “정부 출연금 비중이 최소 평균 70%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의 출연금 비중은 각각 32.1%, 25.5%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이를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정년연장 등으로 사기 진작=대학이나 기업에서 출연연으로 우수 연구인력이 이동하는 해외 사례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출연연의 우수 인력이 일할 만한 시기에 대학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6~2008년 사이 출연연 인력의 대학 이직률은 평균 34.7%에 달했다. 안정적 연구환경이 보장되지 않은데다 정년도 10년째 61세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이 출연연에 들어오는 나이가 대부분 35세 이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짧은 기간이다. 우수 연구인력에 대한 안정적인 연구환경 마련을 위해 65세로 정년 연장이 어렵다면 영년직(테뉴어) 연구원 제도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기타 공공기관에 해당하는 출연연 기관장의 임기 3년이 너무 짧아 이를 기관장 평가에 따라 연임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R&D 예산 배분 효율화 및 질적 성과 제대로=점점 늘어나는 R&D 예산을 대학, 출연연 등에 배분하는 과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질적 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기술연구회가 날리지웍스에 발주한 출연연 기능정립 및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R&D를 국가임무형, 산업계 지원형, 창의연구형으로 나누고 사업 특성에 따라 과제기획체계를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뿌려지고 있지만 대규모 예산을 지원받는 대학이나 출연연 모두 “예산이 적재 적소에 단계에 맞게 배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과학기술 성과에 대한 질적 평가를 국제 수준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표> 국가 R&D 관련 변화 현황
R&D 부처 : (1982년) 1개 → (1992년) 8개 → (1998년) 15개 → (2009년) 18개
R&D 사업 : (2002년) 211개 → (2005년) 390개 → (2008년) 486개
관련 위원회 : 국과위 · 녹색위 · 지역위 · 미래위 · 국경위 · 지재위(설립 중)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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