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려운 수학을 왜 배웠나 싶게 매월 산수만 하고 있다. 다섯 자리 숫자를 이리 빼고 저리 막고 더하기 빼기만 반복한다. 월급은 통장을 스치고 지나갈 뿐 머물지 않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가불인생, 할부인생이 이어진다. 학창시절엔 성적표가 자괴감을 갖게 하더니 직장생활엔 월급 명세서가 자학하게 만든다. 하는 일에 비해 형편없는 월급, 쓰일 곳에 비해 턱도 없는 수입, 든 지갑보다 빈 지갑이 더 무겁다더니 내 마음도 따라서 무겁다.
어느 정도면 여유롭다고 여길까?
다섯 자리보다 여섯 자리가 되면 든든할까? 한 때는 지갑에 2만원만 있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다. 2만원이면 친구와 밥도 먹고 버스 타고 집에 돌아오기도 넉넉한 돈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지갑에 10만원도 넘게 있지만 예전처럼 든든하지 않다. 사야 할 물건은 늘어나고 구비해야 할 물품들은 많아졌다. “돈은 바닷물과 같다.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더 목마르게 된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돈이 주는 자유를 갈망하다가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언제나 배고픈 통장잔고 때문이 아니라 언제나 배고픈 나의 욕망 때문이다.
무엇이든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사는 것보다 더 빠른 해결책이 있다. 그것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너무 도 닦는 이야기 같은가? 그러면 받고 싶은 연봉만큼 내 가치를 끌어올리자. 어쩌면 가장 쉽지만 가장 현실감이 떨어지는 답변일지 모른다. 사실은 쥐꼬리만한 월급을 탓하느니 쥐꼬리 같은 내 가치를 탓해야 한다. 버는 만큼 써야 하지만, 많이 쓰고 싶으면 많이 벌어야 한다. 나도 연봉 올리고 싶어서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가난했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일했다. 헝그리한 삶은 헝그리 정신을 선물로 준다. 헝그리하게 비참해지지 말고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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