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이익보다는 이미지 제고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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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말 학회 일로 터키의 이스탄불을 다녀왔다. 이스탄불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종점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하여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한다. 터키는 6.25 당시 우리나라를 위해 파병한 나라이며 지난 2002 월드컵에서 3 · 4위전을 치르고 형제국의 우의를 다짐하고 있는 나라로서 케밥과 바클라바 등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음식이기도 하다.

참가한 학회는 등록자의 수가 1000명이 훨씬 넘는 대규모의 학회였으나 대회 조직위원회의 철저한 준비에 따라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학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발생한 특별한 경험은 터키에서 맞본 아름다운 추억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할 만큼 충격적인 것이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호텔을 나선 시각은 금요일 오후 5시경으로 마치 서울의 교통지옥을 체험하는 것과 유사하였다. 택시를 서둘러 잡아타고 기나긴 정체 구간을 지나 가까스로 공항에 도착을 하여보니 택시요금이 105리라가 나왔다. 입국할 때 시내로 간 택시요금의 두 배가 훨씬 넘는 금액이었지만 아무 말 없이 같이 동행한 교수와 반씩 분담하여 금액을 지불하며 팁도 계산하여 주었다. 그런데 택시기사는 우리가 건네 준 지폐가 50리라 짜리가 아닌 5리라 짜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분명히 두 사람이 50리라 한 장씩을 꺼내어 지불했는데 그 지폐는 택시기사의 손에서 5리라 짜리로 둔갑해 있었다.

그때 다른 교수가 이야기한 내용이 생각났다. 시내에서 택시를 타는데 골목을 돌아 요금이 많이 나오고 50리라를 주었더니 5리라를 받았다고 택시기사가 우겨 결국 바가지를 썼다는 내용이다. 5리라와 50리라가 색상과 모양이 같으니 택시 요금에 절대 50리라 지폐를 사용하지 말라는 당부도 생각났다. 비행기 탑승시각에 쫓겨 다시 50리라 짜리 지폐 두 장을 지갑에서 꺼내어 요금을 지불하기는 했지만 마음이 개운하지 못하였다. 그동안의 좋은 인상이 한 번에 날아가기에 충분하였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이러한 방법으로 선진국이 된 경우는 없다. 나라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불신을 증폭시켜 서로 피곤한 삶을 영위하게 될 뿐이다. 마지막 출국 과정의 불미스런 일은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을 특히 나쁘게 만든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스템 통합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산업에서 우리에게 아직도 이러한 사항이 존재하지 않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개발 수주를 위해서 예정된 가격 이하로 입찰을 하며 그것도 모자라서 덤핑도 불사하는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나라가 개발 도상 국가에 원조 형태로 시스템을 개발해 준 사례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개발 시에는 우리의 인력이 파견되어 개발이 이루어졌으나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계약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아 운영에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발생했고, 현지에서는 경쟁국가인 일본 기업들이 리모델링을 위한 컨설팅을 하면서 시스템을 교체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마치 앞에서 이야기한 공항 택시 승강장에서의 해프닝과 마찬가지로 애프터서비스를 고려하지 않고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한 것 같아 씁쓸하다. 미래에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모델을 세워 현재의 관행을 타파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권영빈 중앙대학교 교수 · 대학정보화협의회 회장 ybkwon@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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