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휴대폰 1위 업체인 노키아가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스마트폰 부문 수장까지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위기 탈출에 나섰다.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휴대폰 업체들은 그동안 노키아 방식을 벤치마킹하며 성장했기 때문에 향후 노키아 향방은 한국 모바일 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 노키아 사장이 퇴임하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 40대 스티븐 엘롭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데 이어 `정신적 지주` 격인 안시 반요키 모바일솔루션사업부 부사장도 전격 퇴진했다.
반요키 부사장은 1991년 노키아에 합류한 이후 프리미엄급 스마트폰(N시리즈)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인텔과 협력해 만든 운영체제 `미고(Meego)`를 출범하는 데 공헌을 세운 노키아 휴대폰 분야 상징적 인물이다. 특히 이날은 노키아가 매년 개발자들과 주요 언론, 사업자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노키아월드 개막일이어서 충격을 더했다. 반요키 부사장은 노키아월드에서 기조연설(키노트스피치)를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새로 선임된 스티븐 엘롭은 캐나다 출신 40대 CEO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X박스 비디오 게임, 윈도폰7 등 개발을 이끌어 노키아가 단순 휴대폰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 변신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이 노키아의 전설로 군림하던 칼라스부오 CEO가 물러난 데 이어 반요키 부사장도 퇴진을 결정함에 따라 휴대폰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노키아 시대`는 스스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다.
실제로 노키아는 지난 2분기 순이익이 2억2700만유로로 전년 동기(3억8000만유로) 대비 40% 급감한 상태다. 휴대폰 평균 판매단가(ASP)는 61유로를 기록해 전기 대비 3유로 하락했다. 한때 40%를 웃돌던 스마트폰시장 점유율도 계속 내려가 지난 2분기 38.1%를 기록했다. 노키아가 심비안 운영체제(OS)를 내장하면서 여전히 스마트폰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착시현상`이 있지만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운영체제)을 내려받는 신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키아가 이같이 경영진 교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2년 전부터 시도한 `소프트웨어 업체로 변신`에 결과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키아는 2007년 10월 위치정보 업체 `나브텍`을 무려 8조3900억원(약 81억달러)에 인수하고 디지털 콘텐츠 장터인 `오비스토어`를 공개한 데 이어 이메일과 음악 콘텐츠 위주 서비스로 변신을 선언한 바 있다. 이 같은 소프트웨어를 내세운 스마트폰(N97)을 내놓았지만 같은 시기 애플 아이폰과 블랙베리는 물론 삼성과 HTC 스마트폰에도 밀렸다.
노키아는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선진국 휴대폰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고 인도 중국 등 개발도상국 시장 개발에 온 힘을 기울였으나 실제로는 스마트폰이 핵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이 성장했다. 노키아는 전통적으로 북미시장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한마디로 1위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오판한 셈이다.
박종봉 아틀라스리서치 사장은 "노키아가 현재 경영진으로는 변신을 빨리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새로 짜인 경영진이 새 비즈니스모델과 차별된 전략을 들고 나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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