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 잡지처럼 정기적으로 나오는 간행물을 처음 펴내는 걸 `창간(創刊)`이라고 부른다. 이를 창간이라고 일컫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단지 목판 인쇄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창간에서 한자 `간(刊)`은 칼로 새긴다는 뜻이다. 나무에 문자 · 그림을 새기고 종이를 놓고 문질러서 찍어내는 목판 기술이 나오면서 인쇄술이 태동했다. 인쇄술의 등장은 좀 과장해 표현하면 `문서 복제(copy)시대`의 개막이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소수가 독점하던 정보를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길을 열었다. 목판 인쇄 전까지 정보를 알리기 위해서는 일일이 필사하는 엄청난 수고가 뒤따랐다.
독일 구텐베르크가 납 활자 주조에 성공하면서 또 한 번의 활자 혁명이 이뤄졌다. 짧은 시간에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유통 시장만 변한 게 아니다. 정보 생산은 전문가 영역이라는 선입관도 사라졌다. 가령 윤전기가 보편화한 불과 20년 전 `문자 조판`은 숙련공 몫이었지만 이를 컴퓨터가 대체했다. PC만 있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보 흐름이 빨라지고 정보량도 많아졌다. `0`과 `1`뿐인 디지털 르네상스 시대에 걸맞게 마우스로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이면 누구나 대량으로 정보를 수십 초 안에 유통할 수 있다. 트위터 · 페이스북 등 다양한 신기술이 나오면서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정보 주도권까지 잡을 수 있다.
문제는 정보가 넘쳐 나면서 오히려 진짜와 가짜 정보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인터넷을 보다 보면 불과 몇 시간 차이로 상반된 정보가 넘쳐나는 게 다반사다. 수많은 정보가 올라오지만 바른 정보를 얻기까지는 그만큼의 수고와 시간이 필요하다. 몇 분, 몇 초 단위로 엄청난 정보나 쏟아져 나오지만 여전히 진짜 정보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제넘은 이야기지만 목판에 칼로 문자를 새기는 혼과 정성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 · IT · 통신 전문지를 표방하며 디지털 시대를 선도해 온 전자신문이 이달 23일로 창간 28주년을 맞는다. `인쇄`라는 말조차 한물간 퇴물로 취급받는 시대, 28살 생일을 맞아 칼로 활자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인다는 창간의 참뜻을 되새겨 본다.
강병준 생활가전팀장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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